-구병모 지음 / 예담 / 2016-
지난해에 알파고의 등장으로 세상이 떠들썩했었다. 이세돌 바둑천재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이세돌의 승리 때 ‘그렇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질 수는 없지’였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참패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인간들의 섣부른 착각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으며 이제는 영화 속 한 장면만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된 인공지능로봇. 인공지능이란 말 그대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 상대방의 수를 학습은 물론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지능을 가진 로봇. 그런 로봇이 정말로 등장했다는 사실에 세상이 놀랐던 시간.
구병모 작가의 ‘한 스푼의 시간’은 알파고 등 인공지능이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 로봇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관심을 끌고, 로봇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과 희노애락을 섬세한 관찰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내어 인간존재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비행기사고로 아들을 잃고, 부인과 사별하고 세탁소를 운영하던 명정은 어느 날 아들 이름으로 알 수 없는 택배를 받게 되고 그 택배를 열어본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로봇!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아들 대신 등장한 로봇에게 명정은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로봇에 은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곁에 둔다.
최소한의 가사일을 수행할 수 있고 5개국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인공지능로봇 은결은 세탁소 명정과 함께 세탁소 일을 익히고 배우며 세탁소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표정 그리고 행동 등을 통해 스스로 인간의 감정을 배우게 된다.
은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호와 준교! 은결은 그 두 아이들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며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어느새 그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울다가도 웃고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가 하면 어느 순간은 전혀 알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들! 하지만 로봇 은결의 심장은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뛰기 시작한다.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익히면 인간처럼 진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걸까? 로봇 은결의 감정이 변화되는 과정을 매우 분석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감지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던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의 모습을 공포스럽다고 표현하는 장면, 또 하나는 주 감정으로 진행되던 시호에 대한 사랑, 책을 읽다보면 이게 사랑인지 호기심인지 헷갈리기도 할 정도로 보일 듯 말 듯 그 마음이 전해진다.
흔히 로봇을 떠올리면 감정은 찾아볼 수 없는 회색빛의 딱딱한 메탈 소재로 만들어진 기계가 연상된다. 가진 데이터를 기초로 대답하고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부자연스러운 인공지능 로봇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 은결은 반복적이고 명령에 충실한 모습이 아닌 스스로 무언가 해나가는 모습을 계속적으로 보여준다.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행동이 아닌 것이 인상 깊다.
‘한 스푼의 시간’은 너무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따뜻함과 애잔한 감정을 가져다 주었다.
가까운 미래 사회에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인간이 수행하기 힘들거나 번거로운 작업들을 인공지능에게 대체시킴으로써 보다 편리한 삶을 영위하게 되어 삶의 질을 보다 향상되고, 생산성 증대로 인해 산업 발전이 가속화 될 것이다.
김경희 (둔산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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