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희룡 교육문화부장 |
유명 여배우의 망가진 코믹극으로만 기억된 그 드라마가 예상보다 크게 화제를 모으지 못했던 것은 드라마 방영됐을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파견사원, 즉 비정규직이 당시 일본처럼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못했던 것도 이유겠지만 주인공인 파견직 오오마에를 둘러싼 직장인의 ‘품격’에 대한 고민없이 그녀의 무표정한 모습만을 그대로 재현했던 것도 한 이유였을 것이다. 또 드라마를 방영했던 방송국이 ‘공부의 신’을 시작으로 ‘장사의 신’, ‘국수의 신’등 일명 ‘신’시리즈 제작에 몰두할 만큼 당시 우리의 정서 또한 직장인의 ‘품격’보다는 초인적인 능력에 더 열광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전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논의가 한창이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을 포함해 기간제 교사와 강사는 5만5418명으로 전체 기간제 근로자(19만1000명)의 29% 정도다. 교육부가 이달 초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다른 교육계 비정규직과 함께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자, 교원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임용고사가 있다. 국내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임용체제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의 처우 개선에는 동의하지만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임용고시생은 물론 임용고사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 4400여명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충분한 교사 자격을 갖췄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먼저 내보내고 순직처리에서 제외됐던 기간제 교사의 사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이 같은 논란에 힘을 더하고 있다.
전 사회적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화두다. 교육현장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수업 혁명도 시도중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고교 학점제 교육과 함께 패러다임도 시도 중이다. 수능 절대 평가제가 도입되고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도 추진중이다. 곳곳에서 교육정책의 변화를 놓고 이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핵심은 더이상의 주입식 교육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 같은 교육정책은 추진돼 왔다. 15년전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김대중 정부에서도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수 있다는 교육 정책이 발표된 적이 있었다. 암기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내신 제도를 종합생활기록부제로 전환하고 학과 특성에 맞게 학생 선발을 다양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었다. 수능 점수 비중을 낮추고 학생부 성적과 면접을 중시해 학생들의 특기 적성을 평가해 학생 선발 권한을 자율화하자는 이 정책은 자율학습 폐지와 수능시험 변별력 실패라는 혹독한 지적속에 단군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를 낳고 말았다. 이 ‘이해찬 세대’가 실패한 정책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다만 이 정책에 대한 여러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당시 정작 현장에서 가르칠 교사에 대한 논의는 간과됐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정부의 교사 정책이 교육의 측면으로서 연계돼 대학정책, 교사 양성, 학령인구과 연계돼 논의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비정규직의 한 트랙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아쉽다. 최근 들어 교사자격증이 있는 교원들을 교육현장에 투입한 후 몇년간의 교육경력을 쌓은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암기식으로 임용고시에 선발된 교원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어찌됐던 문재인 정부는 올해에만 3000명의 신규교원을 증원할 예정이란다. 앞으로도 기간제 교사를 전환하든 신규 교원을 증원하든 교단에서 더 많은 교사를 만나게 되는 건 기정사실이다.문제는 우리가 만나게 될 교사의 모습이다. 그들이 그냥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단순히 증가된 교원들이라면 우리는 단순 암기‘신’인 교원을 만나 앞으로의 융복합과 토론식 수업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10여년 후 우리는 또 ‘00의 세대’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오희룡 교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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