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나 시위 현장에 의무경찰을 동원해 시위 진압을 하도록 하는 행위가 개선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장에게 집회 현장에 의무경찰을 배치하던 관행이나 운영에 대해 개선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일 대전지방경찰청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는 500여명의 의무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으며, 부서배치와 별도로 시위가 발생할 경우 시위진압에도 동원되고 있다.
과거 전투경찰이 사라지면서 의무경찰이 전경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생긴 관행이다.
국가인권위는 의무경찰을 대규모로 동원해 직업경찰인 경찰관기동대와 같이 제일선에 배치한후 이들과 같은 시위 진압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은 의경의 본래 업무인 ‘치안업무 보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권고는 현역 의무경찰의 부모가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부모는 의경으로 근무중인 자녀가 ‘치안업무 보조’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직업경찰이 수행해야 할 시위진압의 제일선에 대치 업무를 동일하게 부여한 것은 의경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에 대해 경찰청은 “의무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 배치돼 범죄예방과 진압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이고, 경력배치는 의경기동대(의무경찰로 구성)와 경찰관기동대(직업경찰로 구성)를 현장상황에 맞게 혼성 운용하는 것으로, 전체 경찰관기동대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부의 경우 불가피하게 의경기동대가 시위대와 직접 접촉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군복무를 전환해 대체하는 의무소방원이 화재진압의 일선에서 화재진압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해양 의무경찰이 불법조업선박을 직접 단속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점 등과 비교해 볼 때 의경의 시위 진압은‘치안업무 보조’의 수준을 넘어선 행위라고 봤다.
최대 24시간 30분 동안 시위 진압에 동원되면서도 직업경찰관과 같은 적절한 보상을 부여받지 못하는 것은 의무경찰에 대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오는 2023년까지 해마다 20% 씩 의경을 감축해 의경이 아예 없어진다고 한만큼 이번 인력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실감하고 있다”며 “의경이 배치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해야할 업무인만큼 경찰 인력 보강 등을 통해 대안 마련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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