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시대] 100세 시대의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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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시대] 100세 시대의 노인

  • 승인 2017-08-02 14:58
  • 신문게재 2017-08-03 22면
  • 김천환 수필가·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김천환 수필가·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 김천환 수필가·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 김천환 수필가·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백세시대라는 용어가 점점 익숙해진다. 옛날에는 노인에게 오래오래 사시라고 덕담을 했지만 요즘은 오래 사시라는 덕담대신 건강하시라는 덕담을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래 사는 것은 보편화 되었으니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는 덕담이리라. 70대 끝자락을 살고 있는 나는 아직은 일상생활에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건강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모든 신체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산다.

60대에 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70대가 되면서 차츰 불편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 네 명이 하는 대화는 큰 불편이 없지만 운행 중인 버스나 지하철에서 원활한 대화는 어려워진다. 보청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견디어 본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기억력은 70대 중반을 지나면서 급격히 떨어져서 심각성을 느낀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중 안방으로 물건을 찾으러갔다가 무엇을 가지러 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두리번거리다 거실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처음엔 기분이 묘했지만 차츰 익숙해져간다.

글을 쓰다가 사전이 필요하면 통상 한컴사전을 검색하여 해결하지만 가끔은 책으로 된 국어사전이 필요해서 사전을 손에 들고 단어를 찾으려고 하다가 무슨 단어를 찾으려고 했는지 생각이 안날 때도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전화를 걸려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는데 누구한테 전화를 걸려고 했는지 생각이 안날 때는 허탈해지기까지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런 일이 몇 번 일어나면서 혹시 치매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구청 보건소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생년월일이나 학력 등을 묻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 세 개를 따라하라고 하더니 잠시 후에 다시 물어볼 터이니 기억하고 있으라고 한다. 다른 질문을 몇 가지 하더니 조금 전에 말했던 단어 세 개를 말하라고 하는데 두 단어밖에 대답을 못했다. 결과는 3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되는데 27,5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노인들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공통적이라며 기억을 못할 때 기억을 찾아낼만한 힌트(hint)를 주어서 기억을 찾아내면 치매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한다. 치매가 아니라는 상담사의 말에 안심은 되지만 어쩐지 기분이 가볍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20여 년 전에 췌장암을 선고받고 내 생사(生死)에 관한 심각한 고민을 나 혼자 10여 일간을 했다. 아내와 자식들의 장래와 부모 형제들과의 관계나 채권채무 등을 심사숙고한 결과 ‘지금 죽어도 큰 문제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욕심을 버리고 죽음을 수용했던 내 결심은 그 훗날의 내 삶을 가볍고 순탄하게 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죽음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건강한 노후는 축복이다. 하지만 고령노인으로 마지막 20~30년은 짧지 않은 고된 삶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욕심 없이 순리대로 살면서 태생(胎生)적인 행운이 따라주어야 축복 받는 백세장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천환 수필가·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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