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
부패와 친숙한 것으로 우리는 특권과 반칙을 들 수 있다. 특권과 반칙이 행하여질 때 그 결과는 어느 누군가에게 억울함을 주거나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특권과 반칙은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고, 건강한 기업을 곤경에 빠뜨릴 수도, 한 가정을 고통 속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추진할 100대 국정 운영 과제 중 두 번째인 ‘범국가적 부패방지시스템 구축과 실효성 확보’라는 과제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부여되었다. 즉 권익위에 반부패정책 추진 총괄기구 설치, 공익신고자 보호강화 등 종합적인 반부패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여야 할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반부패 정책의 일환으로 오늘 지면을 통해 소개할 ‘공직자의 민간인에 대한 부정한 청탁 규제 강화’도 포함되어 있다.
현행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 대한 민간의 부정청탁과 공직자 간의 부정청탁만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즉, 공직자가 민간에 행하는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민간에 대한 공직자의 청탁’에 대해서는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민간에 대한 공직자의 부정 청탁 금지’를 법령으로 제도화하여, 공직자가 자기 지위를 이용하여 민간이나 기업 등에 군림하여 향유하고자 하는 각종 이익을 특권과 반칙으로 규정하여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건의하여 새 정부의 주요 추진과제로 채택한 것이다.
제도화 절차는 부패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요구,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하여, 우선 금년도 말까지 대통령령인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을 통해 ‘민간에 대한 공직자의 부정청탁 금지’를 제도화하고, 이후 시행 경과를 반영하여 관련 내용을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연결하는 단계적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공무원 행동강령을 통해 처음 도입되는 ‘민간에 대한 공직자의 청탁금지’는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케 한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경우도 당연히 금지 대상에 포함하게 될 것이다. 공권력을 등에 업고 민간 기업의 인사에 개입하거나,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기부 또는 출연을 요구하는 행위도 그 본질은 민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자 압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직자 지위를 이용한 가족의 채용ㆍ승진을 부탁하는 행위, 계약 당사자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특정 사업에의 참여를 강권하거나 특정인에게 이권을 주도록 하는 행위, 병원의 입원실 끼어들기와 같이 민간 시설 이용 시 특혜를 요구하는 행위 등 특권과 반칙으로 민간의 자율과 공정을 해치는 부정한 청탁행위가 주요 금지 대상이다. 이 밖에도 지금까지 관행으로 여겨졌던 일부 공직자들의 각종 특혜 요구도 빠짐없이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촘촘하게 설계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멀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적인 분노는 그 사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희망의 메시지로 대체되었다. ‘나라다운 나라’는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는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 참으로 중요하고 또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와 반부패 정책 추진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욕을 동시에 느낀다.
종합적인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빨리할 수 있는 것은 서둘러 추진해 나갈 것이다. 그 첫 걸음을 ‘민간인에 대한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규제하는 데서 시작해 보고자 한다. 아무쪼록 이와 같은 노력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 구현에 다가가는 한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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