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 (前 청와대 대통령 전담통역관) |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답을 소개하고 있다.
어느 날, 태종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나라를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소, 아니면 쉬운 일이겠소?”
그러자 위징이 대답했다.“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태종이 되물었다.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나라를 다스린다면 쉽지 않겠소?,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 않소만.”
“지금까지 선왕들이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나라를 다스렸지만, 어느 정도 나라의 기반이 잡히면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마음이 해이해집니다. 신하들은 군주의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 군주에게 잘못이 있어도 함부로 말씀드리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나라는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멸망하게 됩니다. 옛날부터 성인들이 평화로운 때일수록 위험에 대비하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나라가 평온할수록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연유로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위징은 성인의 말씀을 인용하여 태종에게 나라가 평온할 때일수록 더욱 긴장하라고 간언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해 실패한 대표적인 인물로 당의 현종을 들 수 있다. 그도 즉위했을 당시에는 긴장감을 갖고 정치에 전념하여 ‘개원의 치’ 라 불리는 태평천하를 이룩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정치에 실증을 느끼고 절세미인이었던 양귀비에게 빠져 나라와 백성을 등한시한 나머지 마침내 나라가 멸망한다. 현종과 같은 사례는 3천 년 중국 역사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되어 왔다. 결코 중국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태종은 ‘정관의 치’라 불리는 태평천하를 이룬 후에도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자신이 나라를 다스리던 마지막 날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초심을 유지했다.
어느 날, 태종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나라를 다스릴 때의 마음가짐은 병을 치료할 때의 마음가짐과 같소. 환자는 병이 호전될수록 더욱 몸조리에 기울여야 하오. 만약 방심하여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자칫 목숨을 잃게 될 것이오.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이와 같다오. 나라가 평온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오. 이제는 한시름 놓았다고 방심했다가는 필경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오. 지금 천하의 안위는 짐의 어깨에 달려 있소. 그래서 짐은 항상 신중을 기해 왔소. 백성들이 칭송하는 소리를 들을 때는 아직 부족하다고 스스로 경계해 왔소.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 그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온 것이오. 그대들과 짐은 한마음 한뜻이니 앞으로도 짐을 도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전념해 주었으면 하오.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말해 주시오. 혹시라도 짐과 그대들 사이에 의혹이 생겨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될 것이오.”
태종은 일생 동안 초심을 유지하며 나라를 다스렸다. 실제로 무슨 일이든 마음이 해이해진 바로 그때가 고비다. 야구에서 4번 타자를 삼진으로 아웃시키고 방심하다 하위 타자에게 한방 먹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중국의 고전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운영과 지도자의 자세와 인간의 삶이란 환경과 시대만 다를 뿐 결국 기본 모습들은 불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불변하는 인간 세계의 진리일 것이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치연구소장 (前 청와대 대통령 전담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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