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정치, 지도력·정치력·응집력 반드시 키워야
“충청이 정치 무대 변방에 머무는 현실이 안타깝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최고위원이 진단한 충청 정치의 현주소다. 그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진단을 내리며 “충청 정치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이 내린 진단과 처방에 이의를 다는 지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충청은 한국 정치의 변방이자 정치적 소수자란 비애를 지니고 있어서다.
물론 ‘충청 승리=선거 승리’라는 캐스팅보트 역할에 만족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 역할에 안주하는 동안 충청은 영호남 패권주의에 가려 철저히 외면당했다.
충청 출신 대통령은 제4대 윤보선 대통령 한명에 불과했고, 지역 정당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고위직 인사에서 매번 밀려나기 일쑤였고, 예산도 영호남, 수도권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충청에선 ‘주류가 되어보자’는 거센 바람이 불기도 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충청도 사람이 핫바지냐”며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자민련 돌풍을 일으켰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더 이상 곁불을 쬐면 안된다”는 ‘곁불론’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핫바지론과 곁불론은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반대로 충청의 정치적 피해 복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자민련과 자유선진당 모두 지역 정당 안착에 실패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핫바지와 곁불로서 느낀 충청의 소외감은 19대 대선에서 충청대망론으로 표출됐다.
지역 여론과 경쟁력을 갖춘 주자들, 정치적 조건 등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과 기대감이 높았다. 충청의 염원과 달리 대망론은 결국 무산됐고, 충청은 또 다시 캐스팅보트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그 결과 지난 대선을 충청 정치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청 정치가 변방에 머무는 이유로는 부족한 정치력과 지도력, 응집력이 꼽힌다.
충청 정치의 낮은 응집력은 19대 대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진보 진영은 친문과 친안으로 갈려 경쟁했고, 보수 진영은 ‘반풍(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기만을 기다렸다.
정치력이 분산되면서 대선 초기 대망론으로 주목받던 충청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 틈을 각 당과 대선 후보들이 파고들었고, 이때 충청 정치인들의 존재감은 미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충청 정치권의 정치력에 의문을 갖는 지역민도 많다. 지역의 성원과 기대에 부합하는 정치 지도자가 마땅히 없다는 얘기다.
정치력 부재는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과 호남선 KTX 노선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어김없이 나타났다. KTX 세종역 신설을 두고선 대전과 충남, 충북, 세종이 갈등을 겪고 있다.
타협과 협상이란 근본적 정치 지도력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다선 중진 의원들의 역량과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은 ‘우물 안 개구리’ 시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근본적 해법이라는데 동의한다.
정치권은 물론 지역민들도 충청 정치를 한계에 가두기보단 함께 뭉쳐 새 비전을 그려야한다는 주장이다. 충청 정치판을 새롭게 탈바꿈하자는 충청판 ‘정풍운동’인 셈이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충청 정치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권 노력에 더해 지역민들의 정치적 관심도와 응집력이 높아져야만 충청 정치발전과 대망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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