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각산산성과 봉수(경남 삼천포시 각산동)
삼천포시 대방진굴항 북쪽 각산(角山)과 일대에는 임진왜란의 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각산은 높이가 해발 408m에 불과하지만 사천만과 한려수도 전경이 막힘없이 조망되어 군사적 요지로서의 조건이 아주 양호하다. 굴항과 더불어 산성과 봉화대가 그것이다.
대방사 골짜기를 타고 800미터 가량 오르면 각산산성 남문에 다다른다. 둘레 240여 미터의 소규모 타원형 테뫼식 석성으로 최근에 붕괴석 등을 활용하여 외벽 높이 3m 전후, 성폭 2m 정도의 성벽으로 복원해 놓았다. 그 바람에 성벽의 원래 모습은 찾을 길 없이 되고 말았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진주가 본래 백제 거열성(居列城)이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백제 무왕(605) 무렵에 축조한 것으로 안내판에는 소개됐지만 확인되지 않은 거열성 위치와 더불어 복원으로 축성방법 등 원래 모습을 알 길 없어져 그 진위를 의심케 한다.
복원이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성을 새삼 느낀다. 삼별초의 항거나 공민왕 때 침노하여 약탈을 자행하던 왜구에 석전으로 싸웠다는 안내판 기록도 있으나 심히 의심된다.
성의 북문으로부터 700m 정도 정상에 조선시대 봉수가 설치됐다. 밑에 2m 정도 높이의 둥근 단을 쌓고, 그 위에 4m 가량 높이로 원통형 굴뚝을 세웠다. 기단 몸통 양편에 두 개의 환기구를 만들어 바람을 주입시킴으로써 원통 안의 착화를 도와 연기가 잘 빠지도록 구조되었다. 지역 주변의 봉수들과 협력해 진입하는 적의 방어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봉수대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이 자못 낭만적이다. 하늘과 하나 된 한려수도, 쪽빛 도화지 위 크고 작은 섬들에 걸쳐진 웅장한 삼천포대교의 하얀 교각들, 주황색 긴 아치형 곡선, 점점이 떠 있는 녹색 섬들, 그 사이를 한가로이 물살을 가로질러가는 하얀 여객선이 석양에 눈부시다. 온갖 색깔들의 향연이다. 산과 바다 옥색과 녹색 사이에 든 흰 건물들이 더욱 돋보인다. 우람한 대교조차 귀여운 장난감 같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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