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사뿐사뿐 내리던 어느 날/ 숭인동 골목길에서/ 동대문 버스정류장 사이를/ 오가기를 여러번// 우리는 말없이 대화 나누며/ 그냥 묵묵히 걸었답니다/ 팔짱도 못 끼고 그냥 걸었지요// 고요히 밤하늘/ 달빛 흐르던 어느 날 밤/ 새벽녘 들려오든 멜로디/ 누구를 위한 목소리였을까요// 건너 방/잠 못 이루는 정아의 트랜지스터는/ 새벽 내내 울었답니다.// ‘푸치니’의 ‘별은 빛나건만’/ 그 애절한 울음소리는/ 못다한 사랑의 멜로디/ 아니 행복의 환타지였습니다// 그러나/ 정녕 나는/ 멍멍한 가슴만 태우는/ 벙어리가 되었나니…(中略)
- 한진호 시인의 한국문단 등단 작품 ‘잊혀진 연정’ 一部
한여름 태양에 산야가 진초록으로 물들며 힘차게 발아하는 계절 대전 보문산 푸르런 청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중구 보문로에서 대전당약국을 운영하는 한진호 약사(男․77세)가 시인으로 변신 첫시집 ‘몽돌의 노래’ 출간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 연령은 아니지만 언제나 청춘 젊은 맘으로 맛깔스런 시풍(詩風)으로 한국시단(韓國詩壇)에 노크를 하였다. 이제 한진호 시인이 ‘몽돌의 노래’라는 시집을 지상에 등기하고 문사(文士)의 옷을 입게 되었다.
고향 충남 보령 주포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나 대전에서 대전고등학교를 마치고 1960년대 모든 이의 로망인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 입학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을 하게 된다.
대학졸업 후 지난 1967년 대전에 내려와 대전역 부근에서 약국을 개업 50여년동안 운영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진호 약사는 고질적인 질환에 대한 명약 조제로 소문이 자자하였다. 그래서 한때 한방과 양학의 이름난 약사로 지역에서 원근(遠近)에도 불구하고 찾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한진호 시인은 2014년 10월 한국문화교류협회 문예지 해외문화 제13-14호(대전광역시 사 01022호. 2008. 5. 15정기간행물 등록허가)에 ‘잊혀진 연정’ 을 공모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었다.
한 시인은 본래 어린시절부터 타고난 노력의 학구파였다. 이 인연이 지난 대전시새마을문고지회장을 역임하며 책과 가까이 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대전 중구 보문로 중구청 옆 대전당약국 대표약사로 근무하며 약사(藥師)들 의 모임 대한약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한다.
“오랫동안 약학을 전공한 약사가 분야가 다른 문과로 변신하기란 쉽지않을것 같으나, 평소 문학과 음악(하모니카, 성악)을 공부한 탓에 다행히 시인의 문은 쉽게 열고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한 시인을 시인 반열에 오르게 한 ‘해외문화’ 문예지 공모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시 작품 '잊혀진 연정'를 살펴보자. 이 시에서 우리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와 풀어가는 구사력이 오랜 인생의 경륜을 읽을 수 있다. 시인은 지난 젊은 날의 초상을 회억하며 감상에 젖었다.
‘건너방/ 잠 못 이루는 정아의 트랜지스터는/ 새벽 내내 울었답니다// ‘푸치니’의 ‘별은 빛나건만’/그 애절한 울음소리는/ 못다한 사랑의 멜로디/ 아니 행복의 환타지 였습니다// (중략)
신인문학상 심사에서 서울대학교 ‘구인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진호 시인은 자연과 인생에서 체험한 생각과 느낌을 상상을 통해 율문적 언어로 압축 형상화하는 창작문학의 양식을 절실하고 진솔하게 표현하였다. 이런 창작의 샘이 용솟음친다면 조만간 시집을 발간하고 시인한테 시집을 가도 좋을듯 싶다!”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김우영 문학박사는 한진호 시인의 시집 ‘몽돌의 노래’에서는 다음과 문학적 추임새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시인의 시는 서정성 짙은 생활시로 자연과 휴머니즘(Humanism)을 모티브(Motif)로 시를 쓰고 있다. 시창작 사상과 감정 주관적 이미지를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 방식의 문학을 구가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에 지식이나 원리를 가지고 다른 사상을 추리하여 인식하는 연역적방법(演繹的方法) 시적(詩的) 메타포(Metaphor) 미학(美學)으로 승화하고 있다.”
한 시인은 시집을 출간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그네 시린 발길을/ 잡아주는 손길 있어/ 희망을 잊지 않고/ 꿈을 되찾았습니다// 늦으막 저녁 노을이 질 무렵 만난 문학은 저에게 갈구하는 생명의 마지막 생명수였습니다. 이제 시인이란 옷을 입고 늦으막 저녁노을이 질 무렵 만난 문학은 저에게 갈구하는 생명의 마지막 생명수였습니다. 이제 시인이란 옷을 입고 한국문단 대열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아름답고 보석 같이 빛나는 시를 써 보답하겠습니다.”
한 시인 가정은 중부권 한밭벌의 ‘로열페밀리’로 불린다. 부인 김정자 여사는 이화여대 가정의학과를 졸업하고 대전 우송전문대에서 강단에 선 바 있다. 슬하에는 딸이 넷이 있다. 이 가운데 큰딸은 중앙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우송전문대 강사를 지냈고, 둘째는 충남대 수의대를 졸업 동물병원을 개업 운영한다.
이어 셋째는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하였고, 막내는 충남대 의대를 마치고 현재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온 가족이 약사와, 의사, 시인, 음악인으로 구성된 훌륭한 가정이어서 주변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한국 대전으로 이주해온 외국인들을 위한 대전중구다문화교회 다문화센터를 대전 중구청 옆 본인의 대전당약국 건물 5층에 설립 다문화가족을 위한 ‘한국어교실’을 김우영 작가와 함께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하모니카 연주와 성악에도 취미가 있는 한 시인은 현재 대전시민대학에서 시를 공부하며 대한약사문인협회와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대전문인협회, 대전중구문학회 자문위원과 충남 금산 칠백의총예능대회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우영 작가·중부대 한국어학과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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