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만약 용이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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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만약 용이 있었더라면?

  • 승인 2017-07-26 17:33
  • 신문게재 2017-07-28 12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테메레르/나오미 노빅/노블마인/2007 미완-

‘만약 용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적 있나요?. 그리고 그 용이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인간사회 속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간다면?.

테메레르는 이러한 생각 속에서 태어난 판타지 소설다. 하지만 대체로 중세시대쯤 혹은 가상의 세계, 드물게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보통의 판타지와는 다르게 나폴레옹 전쟁시대의 유럽이 배경이고 ‘용’이외에 마법이나 요정, 혹은 물리쳐야할 괴물 같은 다른 판타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경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조금 독특한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실 테메레르는 장르가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 힘든 소설이다. 용을 제외하면 판타지적 요소가 적고 주인공이 군인이고 배경도 나폴레옹 전쟁이니 전쟁소설에 가깝긴 하지만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이 주인공인 로렌스 대령과 용인 테메레르의 정신적 성장과 인식의 변화에 맞춰져 있어 성장소설의 요소도 상당히 보인다.

주된 에피소드들이 전쟁이긴 하지만 전쟁에서 이기거나 임무를 완수하는 것 보다는 로렌스와 테메레르 개인의 상태에 집중하다보니 주인공이 전쟁 속에 뛰어들었다기보다 주인공 주위로 전쟁이 스쳐지나가는 느낌마저 드는데 소설에서의 서술도 3인칭 관찰자시점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를 거시적으로 보기보다는 로렌스와 테메레르에 한정된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어 마치 1인칭 주인공시점과 같은 시야를 보여주고 있다.

테메레르에서의 용은 우리가 판타지소설에서 익히 볼 수 있는 아주 막강한 괴물, 혹은 반신급의 존재라기보다는 도리어 인간에 가까운 존재라고 볼 수 있는데 대다수의 용들이 군대에 소속돼 병기로 활용되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용들이 인간처럼 직업을 가지고 직접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하기도 한다. 조금 어긋난 비유가 될 수 있겠지 노예시대의 흑인과 같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사실 이 소설내의 용의 지위는 노예시대의 흑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의 말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서 병기-노예라는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소설의 큰 흐름중 하나가 테메레르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용들의 불합리한 처지를 깨닫고 이를 타파하려는 것인데 소설 내에선 용권신장 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유럽의 노예해방에 영국이 가장 앞장섰다는 점인데,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윌리엄 윌버포스의 노력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됐고 점차 유럽 각국과 미국 그리고 브라질을 마지막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됐는데 테메레르와 윌버포스를 비교해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테메레르의 배경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매끄럽게 번역되어 맛깔나게 읽히는 문장들, 소설 내에 등장하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용들까지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내려놓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얇은 분량으로 나눠 권수만 늘리는 국내소설들과 달리 다른 소설의 두 배는 되는 두툼한 분량은 읽기도 전부터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어준다.

테메레르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다른 판타지소설과 달리 설정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폴레옹시대에 대해 어느 정도만 알고 있어도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판타지에 대한 아무런 기초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무더운 여름 너무 어려운 책만 읽지 말고 테메레르처럼 가벼운 책으로 기분전환 해보는 것은 어떨까.

송병섭(홍도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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