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도시재생 패러다임과 도시재개발

▲ 강병수 충남대 교수 (대전학연구회장)

언젠가부터 도시재개발보다는 도시재생이라는 용어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연간 10조원,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면 과연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 만큼 우리사회의 패러다임이 되었는가?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진 시기는 1990년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도시재생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개념의 등장과 도시성장관리방식의 변화가 있었다.

첫째, 1990년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개념의 등장이다. 지속가능성은 한 도시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환경이 잘 보호되며 사회 각 계층이 공평한 방향으로 발전이 진행될 때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교외화와 난개발이 범람하면서 도시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도심은 쇠퇴해 간다면 도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도시재생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둘째, 재개발방식의 전환과 형평성(Equity) 개념의 등장이다. 공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심에는 도시의 최상위 기능인 업무기능이 집중되면서 번성하였으나, 곧 교통·통신의 발달로 교외화가 시작되거나 업무기능이 다른 도심으로 이전해 가면서 도심의 밤은 썰렁해지고 도심 가까운 지역에 불량 주거단지나 산업단지가 많이 발생하게 되었다. 도시재생이란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주로 철거 후 전면 재개발방식이 우세했다. 이 당시 전면 재개발방식은 정부와 전문가에 의해서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주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정당성의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바로 주민참여의 정당성이 표출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재개발정책이라도 당해 주민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게 되었다. 주민참여에 의한 형평성 개념이 사회에 팽배해지면서 그 동안 도시개발의 주도세력이던 기업가와 부동산 소유자 등 기득권층의 입장에서 지역주민이나 사회적 약자의 입장으로 도시를 보게 되고 도시재개발의 방식도 점차 주민의 참여와 형평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지역 주민이 보상을 받았으나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도시재개발방식에서 지역 주민이 참여하고 그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 도시재생이다. 즉 도시개발의 정당성 개념이 달라지면서 도시개발의 주도세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셋째, 스마트 도시성장관리방식의 등장이다. 그 동안 난개발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업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고 개발부담금을 내면 가급적 허가해 주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장관리방식으로는 더 이상 난개발을 억제할 수 없고 오히려 난개발을 합법화해 준다는 반성에서 1990년대부터는 스마트 도시성장관리방식이라는 새로운 성장관리방식이 대두되었다. 스마트 도시성장관리방식은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의 조세기반 강화나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같은 항목을 점수화하여 자신의 난개발이 도시의 발전과 주민의 삶에 어느 정도 악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본인이 알 수 있도록 하고, 본인의 재산권 주장이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정당성이 없으며 허가가 불가능한지를 알려 줌으로써 난개발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법을 취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도시의 확산과 난개발을 막아주는 대신에 개발수요를 도시내부로 유도하여 도시재생을 도시의 발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와 저성장 추세에 직면하여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주민이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도시재생은 피할 수 없는 도시재개발방식이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그린벨트 훼손과 도시의 평면적 확산, 그리고 난개발이 계속 진행되면 도심의 수요가 도시외곽으로 계속 유출되어 도시재생 노력은 큰 효과 없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므로 도시재생과 역함수관계에 있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난개발을 스마트하게 성장관리하면서 도시기능을 적절하게 재분배하는 도시재생으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