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베르메르의 고향, 네덜란드의 델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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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베르메르의 고향, 네덜란드의 델프트

  • 승인 2017-07-24 16:40
  • 신문게재 2017-07-25 23면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여행의 대중화 시대다. 여행의 다양하겠지만 공통점은 힐링이 아닐까 한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발에 진물이 나도록 걷는 것도 결국은 안정과 휴식을 통한 자기 성찰일 것이다.

만약 여기에 반가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설레임까지 금상첨화가 아닐까싶다. 베르메르를 만나러 델프트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 모두를 만족시켜주지 않을까?

델프트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서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은 베르메르가 그린‘델프트의 풍경’처럼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수백 년 전의 모습이 현실에서도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델프트 역시 네덜란드의 다른 도시들처럼 북해를 막아 만든 운하로 이뤄진 도시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한 이곳은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규모가 작다. 그러나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중심지답게 곳곳에 녹아있는 문화와 예술의 숨결은 어느 거대도시 못지않다.

원래 예술의 수준이 뛰어났던 네덜란드 중에서도 델프트는 예술적인 감각이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1246년 네덜란드의 도시로 편입되어 거미줄처럼 퍼진 운하망을 기반으로 네덜란드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덕분에 일찍부터 미술품과 도자기의 거래가 활발했다.

‘델프트 블루’라고도 불리는 델프트 도자기는 17세기 초 동인도회사의 상인들이 수입해 온 백색과 청색의 중국산 자기의 영향으로 만들어졌다. 진주 빛을 띤 백색 바탕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정교하게 그려진 문양뿐만 아니라 얇은 두께로 17~18세기 전 유럽의 상류사회를 강타했다. 지금도 수백 개의 가게에서 관광객을 즐겁게 해 주는 이 상품은 델프트의 명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델프트 최고의 자랑거리는 바로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대표했던 화가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일 것이다. 비록 남겨진 작품이 35점 정도로 그 당시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었지만 9세기 중엽부터 밝고 깊은 색채와 정밀한 구도로 재평가되어 지금은 세계적인 화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베르메르는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와 함께 네덜란드의 황금시대인 17세기를 대표하는 세 명의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대가들에 비해 다루었던 주제도 한정되어 있고, 작품 수도 적고, 작품 크기도 작다. 그럼에도 베르메르의 그림은 어떤 화가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으로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 그린 그림에서도 절제된 초연함, 노련한 기법, 진주색의 점을 찍어 만든 섬세한 빛의 효과 등 그림 속에 자기 성찰적인 태도인 태도를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와 낭만의 도시 델프트와 고요함 초연함으로 한 붓마다 지극한 정성을 다한 베르메르의 그림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최고의 힐링 여행을 제공한다.

정경애 보다아트센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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