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매년 위령제로 희생자 영면·명예회복 기원
도로 이설 비용이 향후 사업의 전개 속도 좌우
한국전쟁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긴 했으나 민족상잔이 벌어진 가슴 아픈 역사다.
이 역사는 대전에서도 벌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동구 낭월동에서 일어난 산내 민간인 학살 사건도 그 일면이다. 대전시는 사건이 벌어진 낭월동 일원에 추모공원을 만들어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종의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해마다 6월 말이면 대전 동구 낭월동에서 위령제가 열린다.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집단 학살된 희생자, 즉 대전 산내학살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지난달 27일에 열렸다.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만 아니라 제주 4·3유족회 대전지회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회 등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1950년 6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최소 1800여 명에 이르는 민간인 등이 집단 학살됐고, 이들은 낭월동에 암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4·3사건 관련자와 보도연맹원 등으로, 희생자들의 자녀는 어느새 70~80대 노인이 됐다. 어린 형제들도 구순을 넘은 지 오래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아직 찾지 못한 부모와 형제의 유골을 수습해 영면시키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위령제도 어느새 18번째가 됐다.
그러나 올해 위령제는 유족들에게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 지난해 정부가 낭월동을 ‘한국전쟁 민간인 집단 희생자 평화공원 조성부지’로 선정했고, 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서다.
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오는 2020년까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화해의 교육을 위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원에는 봉안관과 교육전시관 등이 갖춰진다.
행정자치부가 공원 조성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마련코자 용역도 시행 중이다.
공원이 마련되면 미발굴된 유해를 수습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수천 명의 명예를 되찾아 한국전쟁 내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현장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부지 내 관통도로 이설에 따른 추가 비용 예산이 확보돼야만 공원다운 제기능을 갖춘 채 시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로 이설은 전문가 자문회의와 유족회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70억원 상당의 예산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행자부는 당초 사업비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추모관 등의 설치와 전시 콘텐츠 확보에 드는 예산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는 권선택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대전을 찾은 김부겸 행자부 장관에게 도로 이설에 따른 예산 추가 편성을 요청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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