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지난 1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청문회를 지나 21일 국회 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식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여식 자리에서, “포용적 성장과 복지, 인간 중심의 경제와 복지를 함께 해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며 향후 50년, 100년을 내다보고 국가의 기반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장관인선이 늦어져 국민 복지와 의료의 최전선에 선 부처의 업무들이 너무나 많이 밀려 있었다. 또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보건복지 공약이 국민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기 때문에 공약실천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박능후 장관 임명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그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보건복지부로 갈 수 있는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 주도적인 부처로 재탄생해야 한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언제나 ‘재정 논쟁’에서 경제성장 논리에 밀리며 개혁다운 개혁을 이끌어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논쟁을 들 수 있다. 박근혜 前 대통령은 후보시절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을 파기하고 차등지급으로 방향을 틀면서 국민에게 많은 지탄을 받았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수장은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노인에게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깔고 혜택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았다.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공약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보건복지의 수장인지, 기획재정부의 수장인지 알 수 없는 스탠스에 서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 공약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분야가 결코 아니라 경제와 함께 국가를 이끄는 양 날개라는 점을 다른 부처의 수장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장관직을 걸고서라도 치열하게 투쟁할 패기도 필요하다.
둘째, 국가개혁과제 완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보건복지 분야는 제자리걸음은 차치하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왔다. 원격의료 추진을 골자로 한 의료영리화 추진 시도와 더불어 복지공약 후퇴는 모두의 공분을 샀다.
결과는 어떠한가. 합계출산율 1.17명(2016년 기준)으로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졌으며, 노인 빈곤율 49.6%, GDP 대비 장애인 복지지출 0.49%를 기록했다. 초라하다는 말도 부끄럽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높이고(2022년) 기초연금 30만원 인상, 아동수당 도입, 장애인연금 등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정 개혁과제는 집권 초 속도감 있게 단행해야 한다. 그동안 충분한 논의들이 있었고 이제 철저한 실행계획과 함께 개혁을 진행하는 일들만 남았다.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추운 겨울날 촛불과 함께 타오른 국민의 위대한 힘을 보았다. 국민과 함께 발맞춰 한 걸음 한 걸음씩 나간다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더불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역시 역사에 남을 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2018년 예산 요구안을 보면 424조에 달하는 예산중에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올해 129조 5천억원에서 141조 1천억원으로 11조 6천억원이 늘어 증가율이 8.9%에 달했다. 보건복지 예산을 얼마나 잘 지킬 수 있는지 첫 시험대에 설 것이다.
새 시대의 보건복지부장관의 능력과 비전을 충분히 보여주길 기대하며, 국회 역시 국민건강증진과 복지발전을 위해 언제나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 박능후 장관의 건승을 기원한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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