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상반기 순이익 큰 폭으로 늘어…2011년 이후 6년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로 수익 크게 증가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지는 못했지만, 예대마진을 벌려 수익을 확대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4사의 올해 상반기 개별기준 순이익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에 1조209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62.7% 신장한 것. 신한은행 역시 순이익 1조1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1조321억원, 99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각각 51.6%, 25.0% 성장했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은행·기업은행 등 5개 금융지주 및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6조원대를 넘긴 것은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민과 우리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은 전년동기대비 5000억원 가까운 순익을 냈고, 우리은행도 3000억원 이상이 늘었다.
시중은행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주요 수익원인 이자수익의 성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의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여전히 70~80%로 절대적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크지 않았지만, 예대마진 등 순이자마진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대출 등 자산을 운용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영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올해 2분기 국민은행의 예대마진은 1.72%, 신한은행 1.56%, 우리은행 1.93%, KEB하나은행 1.92%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지난해까지 대출자산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에는 이자장사를 확대하며 수익을 끌어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명분으로 시중금리를 올리면서 이익을 늘렸다.
미국이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0.4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대규모로 진행됐던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 효과도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일반관리비는 전년 동기대비 5.8% 감소한 1조6450억원, 우리은행은 6.5% 감소한 1조5380억원을, 하나은행은 6.0% 감소한 1조7926억원을 지출했다. 신한은행은 유일하게 상반기 판관비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의 수익이 늘어난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증명됐다”면서 “당분간 은행들의 실적은 더 좋아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수익 확대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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