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태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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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박사는 연구에 필요한 논문을 볼 수 없어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연구소에 다니다가 벤처창업을 했는데 과거 연구소에 다닐 때는 무료로 볼 수 있었던 학술지를 이제는 비싼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연구 논문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야 선 순환적으로 학문 발전에 기할 수 있다. 그런데 연구 결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학술지의 경우, 고가의 구독료 때문에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오픈액세스(OA: Open Access) 운동이다. 모든 연구자들이 아무런 장애 없이 필요한 학술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구독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누군가가 대신 지불해 주거나, 논문의 출판과 유통을 무료로 해줄 수 있는 공익적 출판사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모든 부담이 저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오픈액세스로 학술지를 출판 하려면 저자가 편당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꾀 큰 금액의 출판비용(APC: article processing charge)을 부담해야만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술지 오픈액세스 정책 추진에 발 벗고 나섰다. 국가 과학기술정보 분야의 전문기관으로써 가난한 연구자들이 비싼 해외 학술지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KISTI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OA2020 프로젝트인 학술지 빅딜 OA 모델을 적극 추진고자 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 연구자들은 대부분 구독과 투고 모두 해외 학술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학술지가 OA로 전환되면 그만큼 혜택이 커지는 것이다. 추가예산 없이 구독료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구조가 오픈액세스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구독료를 투고료로 전환 하고, 국가가 모든 연구자를 위해 학술지 출판사들과 출판비를 일괄 협상하여 연구자들이 구독료나 출판비에 대한 부담 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학술 논문의 국가 리포지터리(repository)를 구축하여 OA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 하고자 한다. 마침 출판사들도 공적자금으로 생산된 학술논문인 경우 저자의 소속 국가에서 운영하는 리포지터리에 기탁하여 공유하는 것을 허락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약 80%의 출판사가 저자의 자기 논문에 대한 일정 기간 이후의 무료 이용(self-archiving)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개별 기관보다 국가 기관이 저자들의 협력을 받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수집하여 서비스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다. 여기서는 논문의 저자인 연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연구자들이 학술지 OA의 의미를 이해하고 추진하는데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KISTI는 4월 OA 이해당사자(연구자, 학회, 도서관, 기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약 20%만이 OA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연구자들의 OA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저자들은 OA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미 출판비를 지불한 학술지를 최대한 활용해야만 학술지 오픈액세스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무료이용 권한을 십분 활용해서 국가 리포지터리를 구축하는 데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오픈액세스는 다가오는 오픈사이언스 시대를 위한 필수사항이자 그 동안 왜곡되어왔던 학술 출판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열쇠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한 두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해 보다 가치 있는 연구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OA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이 하나하나 지혜를 모아 국가 연구발전을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서태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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