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의 우리말 우리글] 제323강 ‘맡은 바 소임’
‣‘맡은 바’ 나 ‘소임’가운데 한 가지 단어를 써야 맞습니다.
예문)
‣임원들이 각자 맡은 바 소임을 잘 하게 되면 나머지는 굳이 더 이상 살펴보지 않아도 일사천리로 잘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X)
‣임원들이 각자 자기의 임무(소임)를/을 잘 하게 되면 나머지는 굳이 더 이상 살펴보지 않아도 일사천리로 잘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0)
♠왜 그럴까요?
1, ‘소임’이라는 단어는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맡은 바 소임’이라고 쓰게 되면 ‘바’라는 우리말의 의미와 ‘소(所)’라는 한자어의 의미가 중복되고, ‘맡다’라는 우리말의 의미와 ‘임(任)’이라는 한자말의 의미가 중복되기 때문에 맞는 표현이 아닙니다.
3, 따라서 ‘소임’ 이나 ‘맡은 바’라는 어휘 가운데 한 가지를 써야 맞는 표현입니다.
‣‘대학은 학문을 발전시키고 자유와 정의를 수호할 소임(임무)이/가 있다’(0)
♠‘바’에 대하여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바’라는 단어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처럼 쓰이지요.
(1) 관형사형 어미 ‘-은’, ‘-는’, ‘-을’ 뒤에 쓰여, 앞에서 말한 내용 자체를 그대로 대상화시키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쓰입니다..
‣ 검찰은 당시 가해 트럭의 운전자를 연행해서 사건 전모를 자백 받은 바 있다.
(2) 관형사형 어미 ‘-은’, ‘-는’, ‘-을’ 뒤에 쓰여, 앞의 말을 성립시키는 측면이나 내용의 뜻을 나타내는 말. 또는 그 방법이나 방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쓰입니다.
‣ 두 사람은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댈 뿐이었다.
(3) ‘-은/-을 바에’의 구성으로 쓰여, 앞에서 말한 사항을 어차피 그리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쓰입니다.
‣ 기왕에 여기까지 온 바에야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김용복 한말글 사랑 한밭모임 회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