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룡 기자,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1.바깥은 여름 김애란.문학동네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김애란 소설집.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책속으로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풍경의 쓸모」中
2.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난다
2008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박준 시인이 산문집을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다. 지난 기억의 장면들을 하나둘 꺼내 차분한 호흡과 섬세하고 담백한 언어로 민낯과도 같은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에 관해 들려준다.
#책속으로
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없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3.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여행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신비로운 종교의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토스카나,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 세계의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를 만나볼 수 있다.
#책속으로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았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굼도 내 안에 입체적으 남아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4.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달
이병률 여행산문집. ‘끌림’ 두 번째 이야기.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작가는 여전히 여러 번 짐을 쌌고, 여러 번 떠났으며, 어김없이 돌아왔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대단하고 거창한 여행기가 아니라, 소소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의 일상과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 날것 그대로임을 알게 해준다.
#책속으로
나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다면 센다이에서 한 번 간 적이 있는 그 술집에 다시 가고 싶다. ...나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다면 그곳에 가서 술 한잔을 크게 사고 싶다..그 친구와 잘 지내게 된다면 그 며칠 후엔 일본의 북알프스 산에 오르고 싶다...그때까지 내게 아무도,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오래 그리워했던 것을 찾아 나서기에는 언제나처럼 혼자여도 좋겠다.
5. 그때 그곳에서 제임스 설터. 마음산책
‘작가의 작가’ 제임스 설터가 쓴 소설 같은 여행기. 미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의 도시와 시골을 걷고 머물며 그만의 문체로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 시간에 닳아가는 나날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기억들을 건져낸다.
#책속으로
파리에서는 때때로 지방 마을에서는 그보다 더 자주 위안의 소리, 확신의 소리, 종루와 첨탑의 종소리를 들을수 있다.그 소리는 정오에 하루를 가르고 자정에 어둠을, 그 사이 시간을 가른다. 모두가 유한하지도 육체적이지도 않다는 안정됨이며 경고다.믿음의 시대가 있었으니, 비록 하얗개 샜지만 그뼈는 단단해 여전히 유럽이라는 말뭉치의 일부다. 마을에서는 자주 종소리가 들리고, 그것이 사소하고 세속적인 것들을 자제시키는 힘을 느낄 수 있다.
6. 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츠요. 문학동네
헌책도(道)의 대가인 오카자키 다케시 사부의 지령을 받아 제자 가쿠타 미쓰요가 3만 권에 이르는 책을 처분하기 위해 1년동안 도쿄의 여러동네의 헌채방을 드나들며 벌이는 분투기다.
#책속으로
1년 동안 여러동네의 여러 헌책방에 들렀다. 어느 서점이든 그 서점만의 온도가 있어서 그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즐거움보다 안도감 쪽이 더 컸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걸 실감할수 있어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오희룡 기자 huily@,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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