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규(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장·대전장애인콜센터 대표) |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자선적, 시혜적 차원에 고정되어 장애인당사자의 의사와 의견을 살피고 존중하기보다는 공급자 중심, 또는 소위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한다는 사업형 전문가집단의 의사를 더 존중하였기 때문에 장애 당사자는 오직 자선의 대상이나 시혜적 대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또 장애인정책이나 사업에서 장애당사자의 의사가 무시되거나 제외됨으로써 장애인 당사자의 불만지수나 고통지수가 높아졌고, 비장애인과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장애인복지가 ‘재활’ 관점에서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IL) 관점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재활’ 관점은 장애인을 ‘환자’로 보는 ‘생물·의학적 모델’로서, 손상을 치료하고 회복시켜 사회적으로 최대한 비장애인에 가깝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자립생활’ 관점에서는, 장애는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애 자체를 사회가 인정하고 장애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장애인에게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새로이 정비함으로써 장애를 극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이의 보완적인 수단으로 재활 서비스가 포함된다. 따라서 ‘자립생활’ 관점에서 장애인은 자신의 생활과 삶 전반을 타인이나 사회에 의존해서 사는 존재이기보다는 자기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사회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로의 역할이 강조된다.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대전시장애인콜센터’가 이용대상과 서비스범위를 확대하여 2018년 1월 1일부터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로 새롭게 출범한다. 운영주체를 놓고 공공기관이냐, 민간단체에 위탁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공공기관 운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된 주장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이라고 한다. 장애인 콜택시의 서비스를 개선하고 향상시켜 이용자를 위한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를 만들기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의 복리후생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내년부터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를 공공단체가 운영할 경우 현재보다 약30%정도의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서비스의 개선과 향상을 위한 사업비가 아니고 거의 인건비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종사자의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세금은 최대한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
민간단체가 운영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대부분의 장애인단체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는 우리의 삶 속에 아주 절실하고도 강력하게 각인되는 경험의 실체이다.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 당사자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생활 전반에 있어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은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 인권의 하나다. 또 장애인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유형과 생활능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 보장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공공기관이 운영주체가 될 경우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장애인에 관련된 문제와 사업은 장애인 당사자가 운영주체가 되었을 때 교통약자에 의한, 교통약자를 위한‘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로 확실히 자리매김 할 것이다. 운영주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박태규(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장·대전장애인콜센터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