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임진왜란의 아픔 곳곳에 남아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임진왜란의 아픔 곳곳에 남아

제5회 왜성 선진리산성(船津里山城-사천시 용현면 선진리)

  • 승인 2017-07-14 00:01
  • 조영연조영연
▲ 사천성 왜성 천수각터, 토성과 사천만.
▲ 사천성 왜성 천수각터, 토성과 사천만.

5회-왜성 선진리산성(船津里山城-사천시 용현면 선진리)

사천읍으로부터 7km 남쪽 한려수도 깊숙한 사천만 안쪽 해안의 돌출부 구릉지에 위치했다. 성의 후면은 산업단지가 들어선 포구로서 해자 구실을 하며, 서쪽은 횟집단지, 남쪽은 조명군총이 자지했다. 지명처럼 과거에는 나루가 있었던 지역이다.

성은 크게 북편 높은 곳의 왜성부와 남쪽 토성부로 나눠졌지만 원래는 하나였던 것 같다. 아마 왜성은 이전의 토성 일부를 파괴하고 왜군의 거점성으로 축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성은 그 위에 천수각을 갖춘 성벽을 쌓았던 바 현재는 그 파괴된 성돌을 활용, 성벽 일부를 복원해 놓은 상태다. 성내에는 이 복원 성벽 외에 천수각지, 입구와 성문 등을 왜성 방식으로 재현해 놓았으나 그 모습이 모두 낮고 엉성하여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남쪽 토성은 길이 약 200m 가량의 성벽이 뚜렷하고 그 성벽 밖에 해자로 삼았음 직한 도랑 지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둘레는 약 2km 넘을 것 같다.

안내 속 내용대로 목책을 세웠다면 남쪽 토성벽 아래 해자 근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토성 내부는 무슨무슨 전수관을 짓는다느니 하여 모두 파헤친 상태이며 문지 등 시설물은 찾을 길 없다. 왜성부 내부에 충무공의 승전비가, 천수각터 정상 중앙에는 6.25 이후 순국장병들의 충렬비가 세워졌는데 어쩐지 격에 맞지 않는 행위인 것 같다.

▲ 사천만과 사천대교
▲ 사천만과 사천대교

토성 등으로 미뤄 대체적으로 고려와 임진란 당시 사천 일대의 격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여겨지며 왜성은 정유재란 무렵(1597. 10) 왜장 모리(毛利) 등이 쌓고 시마즈(島津) 군이 주둔하던 곳이다.

특히 임진란 초기인 1592년 5월 충무공이 13척의 왜선을 격파한 사천해전은 거북선이 최초로 활용된 의의도 있다. 정유재란 말기(1598. 10월 경)에는 조명연합군(朝明聯合軍)이 이 성을 공격하다 화약상자가 폭발, 혼란 속에 오히려 많은 희생자만 낸 채 후퇴했다 한다, 성 앞에 쌓여 악취를 내던 시체들을 모아 매장한 것을 후대에 정리하여 조성한 사각뿔형 조명군총(朝明軍塚)이 토성 밖에 있다.

왜군들은 그들의 전과를 보고하기 위해 베어낸 조선군들의 귀를 가져가 그것들을 모아 만들었다는 귀무덤(耳塚)이 일본 교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를 받드는 도요쿠니신사(富國神祠) 안에 가토오 기요마사, 고니시 유키나가와 조선 침략 선봉장이었던 구로다 나카마사의 후손들이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지었다 한다.

이 군총 밖 한 켠에 삼중스님이 일부를 가져와 세웠다는 새로운 귀무덤이 있다. 귀는 썩어 남았으랴만 흙 일부나마 뒤늦게 고국에 돌아온 것이다. 그 때의 핏물이 남았는지 성밖 바닷물이 벌겋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