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생계를 꾸리는 한 대학생의 편지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알바로 생계를 꾸리는 한 대학생의 편지

  • 승인 2017-07-11 16:28
  • 신문게재 2017-07-12 8면
  • 구창민 기자구창민 기자
낮에는 학업, 밤에는 공장에서 노동

학비도 벅차, 토익ㆍ토플 등 보충 학습은 ‘꿈’


안녕하세요. 저는 알바노동자 라라(24ㆍ가명)입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음 학기 등록금, 생활비를 모으려 기숙사가 있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 공장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중간조,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야간조인데 전 둘다 뛰고 있어요. 물론 필요할 땐 오전조에도 땜빵(?)을 하죠. 왜냐고요? 돈이 필요해서 입니다.



전 공주대 미술교육과에서 재학 중입니다. 4학년인데 졸업전시회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전시회를 하려면 도록 출력비, 졸업사진비, 디자인비 등등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동안 지인들에게 신세지고 다녀서 도움을 청할 수도 없어요.

사람들은 일한 만큼 받는 거라고 돈 없다고 하면 자기가 게을러서 그런 걸 사회 탓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학기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밤 11시에 출근해 새벽 5시에 끝나는 일이었죠.

정식으로 일한 건 아니라 야간수당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곳에선 “야간타임은 위험해서 어린 학생들은 고용하지 않는데 이것도 고마워하라”고 했습니다.

끝나고 6시쯤 돌아와 쪽잠 자고 스쿨버스를 타려면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서야 합니다.

스쿨버스가 아닌 일반버스는 4400원으로 비싸거든요.

가난하면 돈이 적게 드는 학과로 갔어야 하는데, 예체능을 해서 이렇게 된 걸까요? 게을러서 일까요?

최저시급 6470원, 일급 5만 1760원. 주거비, 학비, 교통비, 생활비를 빼면 이 돈으론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요.

지금 최저임금으로는 보충교재는 물론 전공책을 모두 사기도 힘들어요.

단순히 학비를 보태달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알바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닥쳐올 위기상황에 맨 바닥에 몸이 내던져지지 않을 정도의 삶은 필요하다는 것이죠.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 위원회 심의 연장 기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이 땅을 살아가는 한 명의 알바 노동자로서 요구합니다.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알바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최저 임금 1만원을 실현해야 합니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며 청년을 탓할 게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준을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이 기사는 알바노조 대전충남지부가 11일 유성구 궁동 로데오거리에서 진행된 알바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알바노동자가 외친 발언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