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규모 의료기관 “인력수급 어려움 예상”
올해 연말부터 병원 응급실에 출입할 수 있는 보호자 수가 환자당 1명으로 제한되는 가운데, 지역 의료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지역 대규모 종합병원들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소규모 의료기관들은 인력수급의 어려움 등 난색을 표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 및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응급실 환자 보호자 출입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12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응급실에 출입할 수 있는 보호자의 수를 환자당 최대 1명으로 제한했다. 이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로 불거진 응급실 감염문제를 예방하고 응급진료를 신속히 하기 위한 조치다.
응급의료기관의 장은 적절한 출입통제를 위해 출입이 허용된 보호자에게 출입증 등을 교부해야 하며, 보호자의 성명, 출입목적, 입실 및 퇴실일시, 연락처, 발열·기침 여부 등을 기록·관리하도록 했다.
이같은 응급실 운영 기준을 위반하면 1차 50만원, 2차 75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역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동의하는 모습이다. 응급환자의 감염 관리를 위해 지켜져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앞서 충남대병원의 경우 지난 2016년 10월 응급의료센터 리모델링 및 확충 개소식을 하면서 응급실 감염예방 환자 안전을 위해 환자 1명당 1명의 보호자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병원마다 특성과 환경이 다르지만, 응급실을 내원하는 환자의 안전과 감염병 예방 등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건양대병원도 “이미 응급실 보호자는 1명으로 제한해 오고 있다”며 “감염관리나 국민건강 향상, 응급실 환자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고, 국민 전체가 공감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홍보와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을지대병원도 “응급실 입구에 관계자가 상주하며 응급실 방문 목적을 묻고, 보호자가 입장해 있을 경우 응급실 밖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교적 작은 중소규모의 의료기관은 고민이 생겼다. 응급환자 보호자 출입을 1명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명 이상의 인력이 응급실 입구에서 보호자 통제 및 장부관리를 해야 하는데, 여건상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규모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면회제도가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국민 홍보가 함께 이뤄져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