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옥 전 국회의원 |
인구감소가 산업 전반에 주는 영향은 심각하다. 돈 버는 인구는 줄어들고 복지비용은 늘어나니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고, 그 타격을 우리보다 먼저 받고 있는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인구 증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저출산 극복 정책의 바탕은 ‘먹고 살만 해야 낳는다’라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를 대비하는 정책의 중심은 보육, 청년, 노령인구일 것이다. 각 세대를 대상으로 한 일본의 정책을 살펴보자.
일본 지자체들은 가임기 부부의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의 무상 보육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또한 무상 의료지원 역시 성인이 되기 직전인 18세까지 확대하기도 한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부부 육아휴직과 정시 퇴근 문화를 장려하고 시 차원에서 자녀를 보육시설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양육에 대한 책임이 부부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 있다는 것을 일본의 정책은 보여주고 있다. 청년정책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최고 행복도시로 꼽히는 후쿠이 현의 경우 도시의 미래 계획을 담당하는 미래계획 수립 팀을 젊은 직원들만으로 구성했다. 중-장년 세대의 눈높이에서는 젊은 층에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보다는 자신 세대의 안위를 위한 복지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에서다.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정책화 시킬 때에 청년이 안심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을, 나아가 최고의 행복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후쿠이 현은 보여주고 있다.
인구감소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일본의 지자체와 기업들은 청년 확보를 위해 학자금을 상환해주는 파격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자체장이 나서서 우리 도시의 기업에 취업하라고 대학에서 홍보전을 벌이기도 한다. 청년이 사회의 미래라는 것을, 청년이 없는 공동체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일본은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고령자 건강을 위한 정책도 주목해볼만 하다. 고령인구 증가는 의료비 등 복지비용 부담의 증대로 인해 국가재정에 부담을 준다. 때문에,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고령자의 건강관리가 필수적이다. 고령자의 체력과 정신건강을 위해 손자와 함께 외출하면 박물관 등 공공 문화 시설 입장료를 무료로 해주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혼자 사는 고령자 비율이 높은 마을에서는 이웃 주민들이 일정 단위로 공동체를 구성해 하루 한 번씩 서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도 한다. 고령화가 축복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며, 그 바탕은 건강한 가족, 건강한 공동체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본의 고령화 정책은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처음으로 인구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노동생산성이 최근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00~2015년 중 연평균 3.9%를 보이던 경제성장률이 고령화로 인해 2016~2025년 중 1.9%, 2026~2035년 중 0.4%까지 각각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저출산 고령화를 방치한다면 10년 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대가 된다는 것이며 심지어 2046년부터는 -0.1%로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충격적 결과를 보인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일본 잃어버린 20년’을 전철을 우리가 지금 밟고 있다. 일본의 경제 불황, 경기침체, 활력 잃은 사회가 우리 눈앞에 닥쳐있는 것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 지자체, 기업이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저출산이 단순히 가족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각종 연구기관의 통계가 우리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는 지금, 일본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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