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흥기 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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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인간은 수백 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혜성이 지구에 언제 접근할 것인지 정확히 계산해낼 정도의 기술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불과 한 달 후의 강우량이 얼마가 될 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은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 혜성은 우주가 인간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지만, 인간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강우량은 곧 재난이기에 대자연의 조화라며 순응만 하고 있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도 크다.
연일 지속된 최악의 가뭄으로 논밭이 갈라지고 작물이 말라죽는 등 농촌의 상황이 심각하다. 필자가 재직 중인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천수만 지역의 서산A지구는 지난 4월말부터 가뭄의 영향권에 속하기 시작했다. 가뭄이 전국적 현상으로 확대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가뭄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금년도 가뭄 상황은 1973년부터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이라고 한다. 특히 충남 서부 지역인 서산, 태안, 보령지역이 가뭄이 심각한데 그중에서도 서산 간월호 유역은 금년도에 강우량이 가장 적게 내렸다.
간척지에서 용수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염해피해이다. 서산A지구는 올해 6월까지 강우량이 118.9㎜로 평년치 359.5㎜의 33%, 전년치 318.4㎜의 37%에 불과하다.
강우량이 부족하다보니 농업용수로 사용되는 간월호의 담수호 물이 염도가 올라가게 되고 심겨진 논의 모가 견디지 못하고 고사한 피해 면적이 서산A지구 농경지 6,446㏊의 37%인 2,400㏊에 이르고 있다. 2차 못자리를 준비하여 이앙을 본격 시작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 100㎜ 이상의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안전농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업인들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농업인들은 ‘농사를 포기 해야겠다’며 신음하고 있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산A지구 광활한 농경지에 농업용수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로서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
단비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길었던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심을 달래주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북상한 장마 전선에 의한 강우량도 평년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니 이대로는 내년 농업용수 공급까지 차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간척지 담수호관리는 육지의 저수지관리와는 차이가 많이 있다. 저수지는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을 모두 가두어 놓기만 하면 되지만 간척지 담수호는 용수확보, 지구내 침수방지, 염도관리, 수질관리, 해측 어업양식 피해 방지 등을 모두 고려하고 바다 조위에 맞추어 배수갑문을 열어 방류하고 적절히 담수호 수위를 관리를 해나가야 하는 특수성과 어려움이 있다.
이번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기후 변화로 가뭄이 일상화된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가뭄이 천수만 지역에 남긴 교훈 중 하나는, 가뭄 극복과 예방에 있어 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간월호는 매우 좋은 담수여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비가 오면 집수되는 유역면적이 48,770㏊이고 담수호 면적이 2,504㏊로 유역배율이 19배나 되어 작은 강우가 와도 유입량이 풍부하다. 그리고 총 저수량이 11,590만㎥으로 물그릇이 크다.
그러나 총저수량 대비 유효저수량은 4,498만㎥으로 총저수량대비 39%만이 활용 가능한 용량이다. 하지만 유효저수량도 유입량이 적거나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염도가 높게 유지될 수 있어 항상 안정적이질 못하다.
앞으로 이번 가뭄보다 더 심한 가뭄이 들더라도 견디어 내려면 사수위 이하 염도가 높은 7,092만㎥의 물을 잘 관리해서 가용용수량으로 활용하여 항구적인 가뭄대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즉, 간월호 설치 당시부터 만들어진 저층수 배제시설을 이제부터라도 실제적으로 가동하여 양질의 상류층 보다 사수위 이하 물을 배제하여 총 저수된 양의 물을 염도를 낮추는 물관리 기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공사뿐만 아니라 농업인, 어업인, 환경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협업하는 ‘간월호 물 관리 협의체’를 구성ㆍ운영 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담수호관리를 통해 수자원 이용량을 높이고 서로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농업, 어업, 환경이 상생하고 공존하는 길을 여는 협업체계가 필요하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자연 현상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완벽히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를 잃기 전이든, 잃은 후든 항시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것이 재난 대비의 기본이다. 모든 국민이 짧은 순간의 안타까움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메마른 대지에, 상심한 농업인들의 마음에 꿈과 희망의 단비가 넉넉히 내리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민흥기 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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