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문화예술계 자정능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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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문화예술계 자정능력 키워야

  • 승인 2017-07-07 00:01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지난주부터 중도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들이 일제히 ‘교수 갑질’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교수가 제자들을 뒤풀이에 동원한다거나 사적인 모임에 술심부름 등 들러리를 세웠다지요. 학생들 몫의 공연비를 횡령했답니다. 어느 매체도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누구인지 문화예술계 사람들은 충분히 짐작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이러한 일탈이 가슴 아픈 일이요, 부끄러운 일입니다.

사회나 경제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계, 첨단 산업분야, 문화예술분야 등에 상기한 내용들이 존재함을 관련분야 종사자들은 거개 알고 있습니다. 가르쳐 주고 이끌어 준다는 명목 하에 제왕과 노예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위에 군림하는 사람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쯤으로 생각합니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불합리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것이 배움의 길이요, 어쩔 수 없는 인생항로라 생각합니다.

특히 예술계가 뿌리도 깊고 영속적입니다. 그 이유를 찾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요. 그 중 하나는 제도나 관행의 모순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예술을 배우기 시작하면 평가가 시작됩니다. 예술계 대부분 문제의 발단이나 갈등구조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평가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나름의 예술성을 갖는 작품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모순이지요.

▲ 모네의 '인상, 해돋이' / 출처=세계명화 IMTart www.imtarts.com
▲ 모네의 '인상, 해돋이' / 출처=세계명화 IMTart www.imtarts.com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당시 무명화가들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파리의 살롱 전시회에서 거절당한 작가들이 모여 1874년 독립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평가도 최악이었습니다. 비평가 루이 르루아는 모네(Claude Monet, 1840-1926, 파리)의 작품 <인상, 해돋이>에 대해 “참으로 인상적이다. 벽지 장식이 이 그림보다 완성도가 높다니……”라고 혹평하였습니다.

그러나 인상주의는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지요. 감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통해 현대 미술의 시작으로 인정받습니다. 보다 완벽한 객관화는 역사 속에 이루어집니다. 동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인기작이 되고,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받으면 명작이 됩니다. 누가 어떻게 선악을 구분하며, 기준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평가는 이루어집니다. 모든 예술분야가 평가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있습니다. 기성작가가 되어도 각종 상들이 대기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평가 대상이 됩니다. 작품의 평가기준을 만든다는 자체가 불가능한데 말입니다. 객관화가 어렵다보니 사실은 신뢰할 것이 못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을 받으려 난리지요. 받지 못하면 주는 사람과 적대관계로 돌변합니다. 받고 나서는 더 이상 바랄게 없으니 등지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그 부질없는 것을 하나같이 경력에 소상히 적습니다. 화려한 경력에 소비자나 애호가들이 환호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갑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야단법석입니다. 자리싸움이나 영역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지요. 자연스레 문화권력이 탄생됩니다.

한때는 미술작품을 심사하는데 서명을 보지 못하도록 해당 부분을 가리거나 멀리 떨어져 본 일도 있습니다. 아무리 거리를 두어도 자기가 가르친 사람의 그림을 몰라 볼 리 없습니다. 음악의 경우 연주자를 보지 못하도록 가리고 심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다고 제자의 연주를 듣고 몰라본다면 스승도 아니지요. 문학작품의 경우 이름을 볼 수 없도록 하기도 하였습니다. 내용이나 문맥을 보면 다 알아보지요. 어느 분야든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평가해도 시비 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올바른 심사자의 양심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 문화예술계의 많고 많은 난제 중에 ‘평가’ 하나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평가는 사라지고 이해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쩔 수 없이 평가 한다 하더라도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격려 차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평가에 의해 왜곡되고 편 가르기가 되는 일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예술적 가치 창출의 기회가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서로의 장점과 예술성을 이끌어내는 상생의 과정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문화예술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예술운동이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작가가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들이 정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메사나(Mecenat)운동과 같은 자발적인 후원과 지원시스템이 활성화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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