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현 충남대 교수 |
1991년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창립되면서 전국 226개(2017년 현재) 시ㆍ군ㆍ구에 체육회와는 별도 조직인 구 생활체육협의회(현 구체육회)가 탄생했다.
기초자치단체 생활체육협의회의 역할은 구체육회의 업무를 덜어 생활체육부문을 담당하는 것이었는데 실상은 단체장의 선거에 많은 부분이 이용됐다.
지역인사들과 주민들과의 유대를 위해 각종 술자리에 체육지도자들이 동원됐었다.
체육지도자에게 주말 수당도 주지 않으면서 각종 행사에 동원했다. 심지어는 체육지도자는 이삿짐 운반과 선거사무실 도배, 선거운동에 수도 없이 불려다녔고, 노래방, 각종 행사 치다꺼리에 아무 죄책감 없이 이용됐다.
왜 체육지도자들을 각종 행사에 동원하고 온갖 잡일을 시키는가?
체육지도자들은 체육지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들의 권익은 누가 지켜줘야 하나?
그동안 기초자치단체 체육회는 유명무실했던 게 사실이며, 선거에 활용하기 좋은 체육 예산만 증액되며 운영됐다.
2016년 체육단체의 통합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과 종목별 협회의 통합을 이끌어 내면서 기초자치단체의 체육회와 생활체육회도 통합시켰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지역에 따라 자리싸움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기초자치단체 체육회의 임무가 막중해진 만큼 할 일도 많아졌다. 이제는 제대로 된 체육행정의 의무와 구실을 해야 한다.
체육회의 역할은 전문체육, 생활체육, 장애인체육, 국제체육, 직장운동부 운영, 체육시설행정까지 포함된다.
이제 기초자치단체 체육회는 단순히 단체장 심부름만 하지 말고, 시ㆍ도 체육회에서 보내주는 체육지도자들 처우를 앞장서서 개선해 주고, 정확한 체육행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체육회 임원구성도 체육행정을 제대로 자문할 수 있는 전문체육인을 포함해야 한다.
2015년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체육백서의 시ㆍ군ㆍ구 기초자치단체 체육예산을 살펴보면 서울, 대구, 인천, 대전, 울산은 생활체육 예산이 전문체육 예산의 20배도 넘으며, 부산, 광주는 0원이었다.
반면에 경기,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의 기초자치단체 전문체육 예산은 생활체육 예산보다 많았으며, 전북과 제주만 적었다.
대전은 기초자치단체의 생활체육 예산은 40억 6400만 원인데 비해 전문체육 예산은 5억 8500만 원이 전부였다.
이중 중구, 서구, 대덕구의 전문체육 예산은 0원이었다.
조사결과 광역시에서 전문체육에 투자하는 않는 구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74개 구에서 60개 구(81.1%)가 전문체육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제주도를 포함한 도 단위 광역단체에서는 154개 시ㆍ군ㆍ구에서 전문체육을 지원하지 않는 지자체는 충북 진천군과 단양군, 충남 금산군, 전북 완주군, 진안군, 장수군, 순창군, 전남 부안군, 함평군, 완도군, 경북 봉화군, 경남 의령군의 12곳(7.8%)이 전부였다.
기초자치단체 체육회의 역할은 단체장을 보좌하고 기초자치단체의 체육을 잘 이끄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제 기초자치단체 체육회가 통합을 계기로 체육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상적인 행정업무를 수행하길 희망한다.
시ㆍ군ㆍ구 기초단체 주민들의 체육 활동 증진과 환경개선, 시설관리와 전문체육 육성을 위한 실업팀 육성과 투자, 장애인체육 지원과 국제교류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최순실 사태가 나지 않도록 공정한 선발과 지원을 통해 국가 체육발전에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아직도 기초자치단체 체육회 사무국장은 체육전문인이 아닌 정치적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다. 체육인들의 역량부족에 대한 반성과 경계가 필요하다.
정문현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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