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마음을 열어 봐, 그럼 들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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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마음을 열어 봐, 그럼 들릴 거야

  • 승인 2017-07-06 10:02
  • 신문게재 2017-07-07 12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김중미 / 낮은산 / 2016 -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2003년 겨울, 태어난 지 1년 된 슈나우저가 우리 집에 왔다. 그 후로 지금까지 14년을 함께 지낸 반려견 ‘아주’가 몇 달 전, 많이 아팠다.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아가니 뇌수종 진단이 내려졌다. 완치는 어려우니 마지막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란 조언을 듣고 집에 돌아왔다. 시력을 잃어 잘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을 바라보며 “아주야, 한 번만 더 힘을 내 봐.”란 말을 건넬 때마다 아주는 가족들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깜박였다. 사람의 언어로 말을 나누진 못하지만, 마음 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있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무언가를 잃는 것에 대한 슬픔과 결핍을 지닌 존재들이 나누는 공감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심에 귀를 기울이면 반려동물과 소통할 수 있고, 그런 이해의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마를 잃은 연우와 각자의 사연을 지닌 고양이 모리, 크레마, 마루가 함께 지내며 마음을 열고 서로의 아픔을 다독여주는 장면을 읽다보면 코끝이 찡해진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잃고 난 후, 그 슬픔으로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제대로 이별하는 방법을 잊고 사는 이들에게 전하듯 작가는 말한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제야 고양이들을 통해 진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은 것 같아요. 어쩌면 떠나보낸 이들에 대한 씻김굿 같기도 하고, 남은 이들끼리의 다짐 같기도 하다.”라고.

작품 속 주인공인 연우는 고양이들과의 감정의 소통을 나눈 뒤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서야 모리, 크레마, 마루가 나와 같은 크기의 존재감으로 다가왔다.”란 말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 속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떻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나와 너의 존재가 진실하게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매화와 벚꽃이 한창인 마당을 멍하니 바라보던 작가에게 막내 고양이 레오가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야옹거리기 시작했을 때,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인디 밴드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란 곡을 듣다가 가사를 곱씹어보며 눈물이 핑 돌았던 적이 있다.

‘아주 긴 하루. 삶에 지쳐서 온통 구겨진 맘으로 돌아오자마자 팽개치듯이 침대에 엎어진 내게, 웬일인지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다가와 온기를 주던 너. 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쓴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엔 마음이 말랑해짐을 느꼈다. 어떤 존재가 됐든 진심으로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존재는 다정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외롭다. 쓸쓸할지라도 서로의 아픔에 대해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다보면 내게 다가온 썰물의 시간을 버틸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아주가 우리 가족에게 왔던 2003년 겨울을 잊지 못한다.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첫인사를 나눴던 그날, 이야기는 시작됐다. 다행히 뇌수종이 완쾌되어 함께 있을 수 있지만, 언젠간 이 이야기는 끝날 것이다. 마지막이 오더라도 우리가 나눴던 이해의 시간은 일상 안에 스며들어 따스하게 머물 것임을 안다.

오자영 (안산평생학습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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