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새벽부터 비가 찾아왔다. 그래서 장원급제한 아들보다 반가웠다! 대저 시원스레 비가 내리는 소리처럼 기분 좋은 청량감이 또 없다. 일부러 비 내리는 효과음 따위의 애플리케이션까지 다운 받아 듣는 이가 많다고 하니까.
실로 고맙고 반가운 그 비에 걸맞게 초등학교 동창들이 오랜만에 대전을 찾았다. 동창들을 영접(迎接)하고자 근무까지 대근(代勤)으로 바꿔가며 서대전역으로 나갔다. “오늘은 쉬는 겨?” “아녀, 니들 보고 싶어서 일부러 쉬는 겨.”
“역시 넌 의리가 빛나는 친구여~” 이어 보문산 아래의 식당을 찾아 대낮부터 닭볶음탕 등으로 술에 흠뻑 젖었다. 다음으론 ‘금산 하늘물빛정원’을 찾았다. 워낙에 지독한 가뭄인지라 얼추 반밖에 남지 않은 저수지의 물이었다. 그렇긴 했으되 여하간 물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생각 같아선 그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고 싶을 만치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가늘게 내리던 비까지 주춤하는 바람에 더위는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시원한 데로 가자!”
다음으로 간 곳은 만인이 가고파 하는 만인산 자연휴양림. 대전과 충남 금산의 경계에 위치한 만인산 자연휴양림은 구순한 삼림 덕분에 힐링의 도피처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소문난 호떡을 사먹고자 줄을 서 있는 인파를 뚫고 탁자에 앉으니 시원한 분수가 더위를 수굿이 식혀주었다.
거기에 입에 착 붙는 치맥까지 마시자니 더할 나위없는 호사였다. 만인산 휴양림 역시 크진 않되 저수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씻어내는 데는 적격이었다. 이어서 간 곳은 대전 옛터민속박물관 겸 가든.
여기에서마저 3차까지 술자리를 이어가자니 더 이상은 술을 마실 공간이 부족했다. 친구들을 대전역에서 배웅한 뒤 어찌 귀가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흐뭇한 건 초등학교 동창들은 ‘보고픈 내 친구’들인 때문이었다.
남궁옥분과 이종환이 발표한 <보고픈 내 친구>는 본디 Skeeter Davis & Bobby Bare의 팝송 ‘A Dear John Letter’의 번안곡이다. 그렇긴 하되 그 가사가 실로 절묘하여 눈물까지 요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철모를 베개 삼아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편지 한 통을 전해주었습니다 (대사) ~ 고향에 두고 내 유일한 여자 친구 옥분이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 (생략)
보고픈 내 친구 그대여 ~ 이제사 안부를 전하옵니다 ~ 늦었다 허물 말고 반갑게 읽어주길 ~ 소녀는 두 손을 모아 빕니다 (노래) ~”
이 노래는 군대 간 친구를 그리며 부르는 가요이다. 이는 이어지는 “보고픈 내 친구 그대는 용감한 우리의 국군이라오 ~ 어제 밤 꿈길에는 가슴에 계급장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더이다 ~”라는 가사가 이를 담보한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젊은이라면 다들 군대에 가야 한다. 아들이 논산훈련소에 입대하던 날, 참으로 많이 울었다. 반면 내가 입대할 적엔 그 누구도 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지난 시절의 군대에 관한 기억과 추억은 별반 건질 게 없다.
군 복무 중인 병사들의 월급이 내년부터 두 배 가까이 오른다고 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내년도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2017년 기준)의 30% 선까지 인상하는 ‘장병 급여 연차적 인상 방안’을 6월 2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장의 내년 월급은 올해 21만 6000원에서 40만 5669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우리가 병역을 이행할 당시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떤 파격의 예우란 생각이다. 그렇지만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이러한 혜택의 부여는 만시지탄이되 참 잘 하는 정책이란 생각이다.
꼭 보고픈 친구가 몇 있다. 더욱이 나이를 먹으니 그 친구들이 더욱 그립다. 과연 어디서 무얼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 친구들을 만나 통음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와 지혜까지를 공유하고 싶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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