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건강염려증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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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건강염려증도 병이다

  • 승인 2017-07-03 09:07
  • 신문게재 2017-07-04 22면
  •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의사친구가 전하는 이야기다.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긴장성 두통 처방을 했는데, 며칠 뒤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정밀검사를 요구했다. 재진단 결과 역시 두통이었다. 협진을 한 다른 교수 두 명도 같은 소견이었다. 하지만, 이 환자는 뇌종양을 의심하며 뇌 검사 중 가장 비싼 MRI와 MRA 검사를 요구했다. “필요 이상의 걱정입니다.” 만류했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정밀검사를 해줬으나, 결과는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 환자, MRI 결과조차도 신뢰하지 않는 표정이었단다.

최근 건강염려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향한 관심이 지나쳐 나타나는 증상이다. 뭐든 지나치면 문제인데, 관심이 도를 넘어 일상이 온통 피곤해진다. 조금만 속 쓰려도 위암이 아닐까, 무릎이 아프면 골육종이 아닐까, 걱정을 달고 산다. 병원을 집 드나들 듯하니 병원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보험 있으니 괜찮다.”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비용이다. 건강 관심이 높아지니 미디어는 관련 정보를 꾸준히 생산해댄다. 사람들은 그 정보를 근거로 자기 건강 상태를 예단한다. 수시로 아픈 것 같다며 일삼아 병원에 드나든다. 불필요한 악순환이다.

OECD의 ‘2015년 건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국민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35.1%였다. 조사 대상 31개국 중 최하위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건강 상태가 안 좋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만 인구 비율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흡연율은 19.8%이고, 음주량도 8.9ℓ로서 OECD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는 양호한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 행복지수와 건강염려증 때문이다.” 주관적 건강 인식과 객관적 지표가 다른 이유에 대한 통계청의 해석이다.

국민 행복지수가 낮은 원인 중 하나는 개인의 낮은 자존감 때문이다. 제자 한 명이 무직자였을 당시 매일 어딘가 아프다고 하루걸러 병원에 갔다. 필요해 찾으면 병원에 있다 했다. 진짜 어디가 아픈가 싶었는데, 진단결과는 전혀 이상이 없다 한다. 직장을 못 잡고 있으니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책하니 계속 여기저기 아픈 것처럼 느껴 그랬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직장을 얻고 난 후 그리도 자주 가던 병원에 안 간다. 구직하고 자존감이 높아지니 건강에 대한 염려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실제로 건강염려증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으면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한다. 충분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해도 나타난다. 이 증상을 가장 많이 느끼는 세대가 50대(22%)부터 40대(21%), 60대(20%), 70대 이상(16%)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40대를 넘어가면 직장과 가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누군가에게 관심 받고 싶은 마음도 상대적으로 커진다. 그런데 그 관심을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다. 건강과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지나친 측면이나, 엄청난 양의 건강정보 역시 건강염려증을 부채질하는 요인이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주위의 누군가가 염려해주지 않으니 스스로를 염려하게 되고,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되니 건강염려증이 된다.

세상엔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다. 건강 챙김은 정기적인 검진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지금 당장 집이나 회사 주변을 30분만 걸어보자. 햇볕을 받으며 약간 숨이 찰 정도로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다. 잡념도 사라지고 필요한 생각정리도 잘된다. 그 걸음에 배우자나 친구가 동행할 수 있다면 효과는 배가 된다. 무리한 운동보다 쉽게 해낼 수 있는 운동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팔굽혀펴기 200회보다 1회부터 시작하자.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내일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서(now & here)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부터 시작할 운동계획은, 갖가지 핑계 대며 연기 또는 포기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쏟아내는 갖가지 건강 정보, 주변에서 좋다라는 음식이나 약, 자주 듣게 되는 주변 사람 건강악화 소식에 가끔은 무감각해져 보자. 오히려 관심을 꾸준한 운동과 건전한 대인관계로 돌려보자.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오랜 세월 전해오는 이 문구에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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