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승헌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
대답을 통해 필자는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자동차의 성능을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이 몇 초인지, 몇 마력인지, 시속 얼마만큼 달릴 수 있는지와 같은 주행 성능은 자주 언급하지만 공주거리와 제동거리 등과 같은 제동성능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는다. 좋은 자동차를 구분 짓는 기준이 주행성능과 외관 등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자동차 드래그 시합이 아니지 않는가? 주행성능은 직선 도로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도달하는 자동차 드래그 시합에서나 중요 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생활 속의 도로 위에서는 갑작스런 교통사고에서 나와 소중한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에어백이나 브레이크 성능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세계는 정보혁명이라 불리는 제3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변화의 문턱 앞에서 우리는 빠른 전환과 적응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과 ‘초지능’, ‘초실감’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25년에는 1조개의 센서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람과 사물뿐만 아니라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가 연결될 것이며,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여 사물이 점차 지능화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된 세상을 대비한 안전 장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개인과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이와 관련된 사건들이 하나 둘씩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 미국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거부공격으로 CNN, 아마존, 트위터, 뉴욕 타임즈 등의 웹사이트가 몇 시간 동안 마비되는 장애가 발생하였다. 이 사이버 공격에 CCTV 등과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공격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IoT가 사회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해부터 가정용 IoT 서비스를 대거 출시하고 있으며, 특히 가정보안과 관련해 집안에 CCTV를 설치하는 홈캠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 가정용 홈캠이 해킹되어 사생활을 담은 동영상이 노출되는 문제가 최근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CCTV가 사회 안전과 사용자의 편리한 생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개인의 사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등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및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바야흐로 ‘연결’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연결’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연결’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절할 수 있는 연결’일 것이다. 교통사고는 달리는 자동차를 필요할 때 바로 멈출 수 없어서 일어난다. 결론적으로 지인이 말한 자동차는 브레이크 성능만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게 정답으로 드러났다. 우리가 제4차 산업혁명의 주행성능 뿐만 아니라 제동성능도 살펴야 하는 이유이다.
진승헌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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