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조선 최고의 불량청년,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한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영화 ‘박열’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박열’은 28일 20만1974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수 22만1151명을 기록했으며 같은 날 개봉한 ‘리얼’은 개봉 첫 날 14만6950명으로 누적 관객수 15만0841명을 기록하며 2위에 머물렀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아나키스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박열의 스토리를 20년간 준비했다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자, 연기파 배우 이제훈의 열연이 돋보이는 ‘박열’을 영화로운 주말을 위해 추천한다.
짧지 않은 129분이 짧게 느껴진 건 어둡고 무거웠던 그 시대의 저항정신 위에,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웃음과 함께 버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극적이고 과감한 대사들이 시원한 울림으로 남는다.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영화는 박열의 시 ‘개새끼’로부터 스웨그 넘치게 출발한다.
그를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정말 ‘개새끼’가 아닐까 싶다. 일본인들에게 무시당하고 욕을 먹어도 끝까지 달라붙어 발 뒤꿈치를 문다. 그리고 똑같이 오줌발로 맞선다.
왜 그에게 조선 최고의 불량청년이라 칭했는지 고개가 끄떡여진다.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사랑, 애틋한 로맨스가 끝이 아니다.
‘나는 박열을 알고 있다. 박열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모든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재판관에도 말한다. 부디 우리를 함께 단두대에 세워달라. 박열과 함께 죽는다면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설령 재판관들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나는 당신을 결코 혼자 죽게 하지는 않겠어요.”
이보다 더 절절한 고백이 또 있을까.
부모님에게 버림받고 조선에서 식모살이를 했다는 가네코 후미코는 17살에 조선에서 3.1운동을 목격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일본으로 돌아와서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들과 교류하던 그녀는 박열의 시 ‘개새끼’를 읽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불꽃같은 삶을 산 가네코 후미코(한국이름 박문자). 오랜만에 가슴을 뛰게하는 러브스토리를 그녀를 통해 만난다.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니들이 감당할 수 있겠어?
거짓말로 거짓말을 만들고 죄없는 한국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일본제국을 향해 던지는 뜨거운 외침.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지역에 일어난 대지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은 유언비어를 흘리기 시작했다. ‘조선인들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있다’. 그리고 ‘자경단(自警團)’을 만들어서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다. 결국 대지진의 피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일본정부에 대한 불만을 조선인들에게 돌리기 위한 일본의 거짓말에 6천여명의 조선인이 살해 되었다.
이와중에 박열은 일본국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른바 ‘대역사건’으로 인해 그는 22년 2개월이라는 긴 시간의 옥살이를 치러야 했다.
지금까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아직 사회주의 계열과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사를 다룬 영화를 많이 만나보지 못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일테고, 친일파나 일본 고위직을 죽이고 조선인들의 식민지 아픔을 달래준 기존 항일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게 법정 스토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설명이 필요없는 이제훈의 반항기 넘치는 연기와 그 이상의 똘기를 보여준 가네코 후미코역의 최희서, 일본인이 아닐까 의심되는 그녀의 최고의 연기는 박수를 받을 만 하다. 또 너무 밉고 미웠던 내무대신 미즈노 역의 김인우는 명품조연으로 손색이 없다.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이것만은 알고 보자=아나키스트 [anarchist, anarchism, 無政府主義]
모든 제도화된 정치조직·권력·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사상 및 운동.
권력 또는 정부나 통치의 부재(不在)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an archos'에서 유래한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항일민족의 한 형태로 무정부주의 운동이 한 때 나타났다.
1922년 12월 박열(朴烈)이 중심이 되어 일본에서 풍뢰회(風雷會-후에 흑우회 黑友會로 개칭)를 조직하여 확산됐다.
고미선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