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박열] 감당할 수 있겠어?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그것!

  • 문화
  • 영화/비디오

[주말영화-박열] 감당할 수 있겠어?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그것!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 불량청년 박열의 울림있는 외침 개봉 첫날 1위… 아나키스트의 삶과 사랑, 믿기 힘든 실화 영화

  • 승인 2017-06-30 00:03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조선 최고의 불량청년,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한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영화 ‘박열’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박열’은 28일 20만1974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수 22만1151명을 기록했으며 같은 날 개봉한 ‘리얼’은 개봉 첫 날 14만6950명으로 누적 관객수 15만0841명을 기록하며 2위에 머물렀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아나키스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박열의 스토리를 20년간 준비했다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자, 연기파 배우 이제훈의 열연이 돋보이는 ‘박열’을 영화로운 주말을 위해 추천한다.

짧지 않은 129분이 짧게 느껴진 건 어둡고 무거웠던 그 시대의 저항정신 위에,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웃음과 함께 버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극적이고 과감한 대사들이 시원한 울림으로 남는다.

▲나는 조선의 개새끼로소이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영화는 박열의 시 ‘개새끼’로부터 스웨그 넘치게 출발한다.

그를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정말 ‘개새끼’가 아닐까 싶다. 일본인들에게 무시당하고 욕을 먹어도 끝까지 달라붙어 발 뒤꿈치를 문다. 그리고 똑같이 오줌발로 맞선다.

왜 그에게 조선 최고의 불량청년이라 칭했는지 고개가 끄떡여진다.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사랑, 애틋한 로맨스가 끝이 아니다.
‘나는 박열을 알고 있다. 박열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모든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재판관에도 말한다. 부디 우리를 함께 단두대에 세워달라. 박열과 함께 죽는다면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설령 재판관들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나는 당신을 결코 혼자 죽게 하지는 않겠어요.”
이보다 더 절절한 고백이 또 있을까.

부모님에게 버림받고 조선에서 식모살이를 했다는 가네코 후미코는 17살에 조선에서 3.1운동을 목격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 일본으로 돌아와서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들과 교류하던 그녀는 박열의 시 ‘개새끼’를 읽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불꽃같은 삶을 산 가네코 후미코(한국이름 박문자). 오랜만에 가슴을 뛰게하는 러브스토리를 그녀를 통해 만난다.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니들이 감당할 수 있겠어?
거짓말로 거짓말을 만들고 죄없는 한국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일본제국을 향해 던지는 뜨거운 외침.

1923년 9월 1일 일본 관동지역에 일어난 대지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은 유언비어를 흘리기 시작했다. ‘조선인들이 불을 지르고 다닌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고 있다’. 그리고 ‘자경단(自警團)’을 만들어서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다. 결국 대지진의 피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일본정부에 대한 불만을 조선인들에게 돌리기 위한 일본의 거짓말에 6천여명의 조선인이 살해 되었다.

이와중에 박열은 일본국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른바 ‘대역사건’으로 인해 그는 22년 2개월이라는 긴 시간의 옥살이를 치러야 했다.

지금까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아직 사회주의 계열과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사를 다룬 영화를 많이 만나보지 못한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일테고, 친일파나 일본 고위직을 죽이고 조선인들의 식민지 아픔을 달래준 기존 항일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게 법정 스토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설명이 필요없는 이제훈의 반항기 넘치는 연기와 그 이상의 똘기를 보여준 가네코 후미코역의 최희서, 일본인이 아닐까 의심되는 그녀의 최고의 연기는 박수를 받을 만 하다. 또 너무 밉고 미웠던 내무대신 미즈노 역의 김인우는 명품조연으로 손색이 없다.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 영화 <박열> 스틸 이미지

※이것만은 알고 보자=아나키스트 [anarchist, anarchism, 無政府主義]
모든 제도화된 정치조직·권력·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사상 및 운동.
권력 또는 정부나 통치의 부재(不在)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an archos'에서 유래한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항일민족의 한 형태로 무정부주의 운동이 한 때 나타났다.
1922년 12월 박열(朴烈)이 중심이 되어 일본에서 풍뢰회(風雷會-후에 흑우회 黑友會로 개칭)를 조직하여 확산됐다.

고미선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