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충주시 노은면 노은초등학교 교정에 2014년 6월에 건립한 신경림 시비. 2017년 4월 22일 문학기행시 촬영. |
많은 미래학자들이 미래사회의 변화상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단계적으로 조목조목 변화와 대응방향을 제시하여 왔습니다. 『노동의 종말』을 비롯한 종말시리즈와 『유러피언 드림』, 『공감의 시대』,『한계비용 제로시대』까지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감의 시대를 뛰어 넘어 글로벌 상호 의존시대, 협력적 공유시대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사이에 대량 실업도 예측되지요. 각종 무인 발급기, 무인점포 등 작은 것에서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일자리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아무런 저항 없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변화가 거세다 보니, 심지어 로봇세를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형 기계나 로봇으로 노동이 대체되기도 하겠지만, 인간과 로봇의 경쟁시대를 생각해 보셨나요. 마지막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던 창작분야 까지 로봇이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문학 분야만 미미하지, 빅 데이터를 이용해 로봇이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촬영하고, 작곡도 합니다.
이런 마당에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래세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계에서도 예전과 달리 재빠르게 창의융합 인재양성 등 교육방향과 지도방법 모색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연화, 자율화, 개별화, 전문화, 인간화의 5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많은 연구의 결과물이겠지요. 하지만 교육자나 피교육자의 변화 없는 창의융합 인재양성이란 말은 왠지 공허하게 들립니다. 인간본연의 가치를 키우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교육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아닌가요? 사고의 틀(paradigm)을 바꾸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합니다.
논산에 있는 D고등학교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문화예술 공연을 하거나 문화예술 현장학습을 합니다.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주관해온 S교사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체험시키려 노력합니다. 관심유도와 실질적인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시작부터 준비를 모두 학생들과 함께 합니다.
한번은 시낭송을 중심으로 한 문학의 밤을 준비하는 중에 문인과 만남의 시간을 갖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누구를 모실까? 토론을 벌인 끝에 신경림 시인을 선택하였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1970년대 서정적 현실주의 시로 시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산문정신과 미학적 탐구로 시문학의 시야를 넓힘으로서, 이후 시문학의 방향 하나를 제시한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요. 농민시인, 민중시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실리거나 학습한 「농무」, 「파장」, 「목계장터」등이 마음에 와 닿았나 봅니다. 직접 체험하거나 부모님, 이웃을 통해 간접 체험한 이야기들이니까요. 크게 공감하고 친근감을 느꼈나 봅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1936년생인 시인을 차후에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더군요.
문제는 어떻게 모셔 오냐는 것이었습니다. 현 학교 시스템은 창의적인 교육이나 학습을 위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도 예산 확보가 어렵지요. 더구나 원로 시인을 모셔 오는데 예산이 없다는 것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의를 거듭한 끝에 각자의 집에 나는 농산품이나 귀중품들을 가져와 정성껏 선물 바구니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거기에 모든 학생들의 마음을 담아 쓴 편지를 함께 보내 초청 하였다는군요. 바구니를 보낸 며칠 후 시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시인은 흔쾌히 승낙을 하였답니다.
학생들과 교사는 환영 준비를 하였습니다. 시인의 시로 랩을 만들고, S교사는 요즈음 유행하는 시 노래를 작곡하였습니다. 공연 연습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이렇게 시인과의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전체 학생들이 둥그렇게 앉고 선 가운데, 중심에 시인과 칠팔 명의 학생들이 나란히 앉아 짧은 인사와 강연, 질의응답 등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론 준비한 각종 공연도 함께 있었지요. 토크쇼인 듯 하며 마당극 같기도 했던 이 문학의 밤은 시인이나 학생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진한 감동의 시간이 되었답니다. 학생들의 가슴은 얼마나 커졌을까요? 창의력은 얼마나 진작되었을까요?
학교 교육뿐만이 아니겠지요. 창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겠습니까?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요? 일상생활에서 늘 변화를 도모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볼까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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