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진 경제과학부 차장 |
처음엔 희망을 품고 항해에 나섰다.
기대에 부푼 만큼, 민수(民水)는 군주(君舟)의 안정적인 항해를 믿음으로 지켜봤다. 군주가 안전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잔잔한 물결로 보답했다.
하지만, 항해에 나선지 2개월도 안 돼 배가 흔들렸다.
항구에서 무겁고 커다란 닻이 선미(船尾)를 강타했다. 조타수와 갑판장 등 측근들이 줄줄이 배에서 내려야 했다. 선장은 위태로웠고, 선원들은 흔들렸다. 배에 오른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소통도 하고 경청도 열심히 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줄줄이 선보이며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흔들리거나 불안하던 사람들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한번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목적지를 향해 힘을 내고 있지만, 점점 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불안, 불안은 결국 불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3년 동안 ‘그래도’ 지켜보던 민수(民水)의 마음을 크게 동요시킨 건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터미널) 무산이다. 책임 소재를 떠나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도안지구 갑천친수구역 조성사업은 아직도 논란을 거듭하고 월평공원 등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꺼내자마자 멈춰 섰다. 국방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던 안산첨단국방산업단지는 투자하겠다는 대기업을 내쳤다.
용산동 현대아웃렛 조성과 엑스포재창조 사업의 핵심인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 조성도 장담할 수 없다. 유성복합터미널처럼 ‘도장’을 찍지 않아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물론, 불안한 항해 속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다. 경청과 소통을 하고 내실도 다졌다. 크고 작은 결실도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하다. 특히 경제계에선 더 심하다.
거대하고 화려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사업은 많은데, 정작 실제 이뤄진 사업을 제대로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중단 또는 멈췄다. 무산이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미 ‘무산’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불신이 커진 상태다.
벌써부터 군주의 뜻을 품은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정도다.
군주(君舟)의 잘못만은 아니다. 군주를 중심으로 지혜와 힘을 모아야 했던 부선장과 항해사, 갑판장, 선원 등 수많은 뱃사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민수(民水)는 민선 6기 군주(君舟)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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