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자유학기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으로 패러다임 교체
정부, 세종시 특성에 맞춘 중투심사기준으로 교육 환경 안정시켜야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은 서울만을 바라봤다. 서울시교육청의 새로운 교육 정책 시도는 전 시도교육청으로 확산돼 교육정책이 위(수도권)에서 아래(지방)로 흐른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교육이 진행돼왔다.
하지만, 정부가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이제부터는 세종교육이 한국 교육의 새로운 상징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례로, 취임 3년째를 맞은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등을 교육 현장에 투영시키며 이제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을 만나 세종교육에 대한 현주소와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세종시교육감 취임 3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추진한 교육성과가 궁금하다.
▲세종시는 2017년 6월 현재, 인구가 26만 여명으로 학생이 있는 40세 이하 젊은 층의 전입이 많아 학생 수는 2012년 7월 출범 당시 1만 2000여 명에서 현재 4만 2000여 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대비해 오는 2030년까지 168개교의 학교를 설립 예정으로, 올해도 17개교를 개교하는 등 현재까지 모두 82개교를 개교한 상태다.
세종시교육청은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혁신의 기틀을 다져왔다.
우선 혁신학교(10교)를 운영하고 전문적학습공동체 선도학교(14교)를 통해 교사들이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의 배움터를 학교에서 지역사회로 넓혀 나가고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교육혁신지구를 지정해 농촌지역 학교 교육력 강화를 위한 전원학교를 지속 운영하고, 학생 개개인의 지적ㆍ정서적ㆍ사회적ㆍ신체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ㆍ관리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3자 협력의 교육방법을 적용한 시범학급을 운영중이다.
세종시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적성, 꿈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간 연계·협력을 통해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생활권 내 2~4개 고등학교를 인문, 과학, 예술, 직업 등으로 교육과정을 특성화하는 캠퍼스형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아 공교육 내실화, 초등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 중학교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재구성 등 세종형 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세종의 모든 곳이 배움터가 되는 대한민국 미래 교육 모델로서 행복한 교육특별시로 만들 생각이다.
- 지난 3년 동안 세종교육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 하나를 꼽는다면?
▲그동안 행복도시의 성장 과정 속에 세종교육이 현장과 소통하며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의 교육비전이 본격적으로 구현되고 명실상부한 교육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지난 3년 간 세종교육을 이끌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학생을 행복하게 하는 학교교육의 변화, 즉 학교혁신의 기틀을 다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입시 중심의 획일적인 성적 경쟁, 학급 및 학교 단위 교육과정 운영 답습 등의 이유로 학생 선택권이 제한되고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존의 틀을 깼다.
배움과 가르침의 기본에 충실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적성, 꿈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다양화ㆍ특성화해 학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됐다.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질과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교육환경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본다.
- 대선이 앞당겨지면서 지난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형성을 위해 국가가 계획하고 건설 중인 도시로서 입주민의 정주여건 조성을 위한 적기 학교설립 등 교육시설뿐만 아니라 도시 형성을 위한 모든 기반시설 구축은 국가의 책무라고 볼 수 있다.
행정수도로서의 완성이 새정부의 공약인 만큼 세종시가 행정수도 지위에 맞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지원을 요청한다.
교육부에는 입주민의 안정적인 정주여건을 고려해 생활권별 공동주택 입주 시기에 맞춘 적기 학교설립 등 안정적이고 쾌적한 교육 환경 구축을 위해 일반적 기준이 아닌 세종시 특성을 반영한 중투심사기준 적용과 학교설립 관련 재정지원을 요청한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행복청 등 범정부와 정치권에는 세종시를 행정수도에 걸맞은 교육특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행ㆍ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법령 마련을 요청한다. 이 모든 게 있어야 교육특별시라는 새로운 위상을 세종시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제시했던 교육 공약을 평가한다면?
▲세종교육 공약사업을 요약하면 세종 학교혁신, 교수·학습 중심 학교, 민주적 학교ㆍ참여하는 교육공동체, 합리적 행정ㆍ공정한 지원, 세종 미래 교육 제도 및 환경 조성 등 5대 정책이다.
세종 학교혁신에는 10개의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초등학교 2학년 전 학급에 학습도우미를 배치해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교수학습 중심의 학교문화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교무행정사를 전 학교에 배치했으며, 학교업무 합리화 과제를 선정하고 위임전결규정을 정비해 학교업무를 간소화했다.
찾아가는 Wee센터를 운영하고 평화교육을 실시하는 등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과 학습준비물을 지원하는 등 교육복지를 확대했다. 또 유아·특수·다문화교육 등 다양한 교육수요에 역점을 둔 맞춤형 교육지원으로 쏠림 없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지원이 이뤄졌다.
고교 상향 평준화를 실시하고 학급 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배치해 세종시의 미래 교육제도를 정비했다. 학생 맞춤형 책걸상 지원과 미래형 학교를 신설하고 안전하게 교육을 받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해 양질의 교육환경을 조성해온 만큼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세종혁신학교에 대해 학부모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그동안의 교육현장에서는 경쟁적 교육, 양극화, 관료적 통제 등으로 교육수요자들의 피해가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등한 교육 기회 실현과 협력적 학교 운영 철학을 기반으로 한 ‘모두를 위한 질 높은 학교교육’ 실현이라는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혁신 모델학교 운영이 절실했다.
세종혁신학교는 교육의 보편성을 지향하고 세종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 민주적 학교 운영 체제를 바탕으로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자율과 협력의 생활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미래형 창의적 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혁신 모델학교이다.
그동안 교사의 자발적인 역량이 학교 문화와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새롭게 바꿨다.
학생들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꿈과 재능을 발휘하고 있고, 인권을 존중받으며 학교의 주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학부모님들은 방관자 혹은 소비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학교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또 ‘마을이 학교다’라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교육청은 감독과 통제의 위치에서 벗어나 학교 혁신을 위한 지원자로서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학교 혁신을 넘어 세종 전체 교육의 혁신 가능성을 보여 준다.
- 중학생들에게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게 자유학기제를 추진 중인데, 특색있는 프로그램이 있나?
▲세종시교육청은 22개 중학교 모두가 1-2학기에 139학급 315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세종자유학기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전국단위 시행보다 한 해 앞선 조기 전면시행에 따라 그만큼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특히 1-1학기, 1-2학기, 2-1학기를 연결하는 3학기 자유학기제 모형을 마련해 디딤(준비)학기-자유학기-이음(연계)학기를 운영하고 있다.
세종자유학기제는 지난해부터‘꿈꾸는 애벌레 모두를 행복한 나비로’라는 진로성장메시지와‘꾸메(꿈꾸는 애벌레)’라는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교육공동체가 자유학기제의 운영 취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같은 꿈을 꾸는‘동상동몽 세종자유학기제 수업혁신’을 통해 교실의 변화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개별학생 자기주도하급코칭이라는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학기 전과 후에 개인별 학습 성향 검사와 전문가 코칭(개별 코칭)을 통해 자유학기 동안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내적 동기유발을 통해 자유학기 이후의 학습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탄탄하게 지도함으로써 자유학기를 통한 행복한 성장의 효과를 가시화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더욱 확대돼 정부세종청사, 국책연구단지와 같은 세종만의 지역인프라를 활용한 경제프로젝트수업, 메이커교육 등의 프로그램 등을 확대 운영중이다.
- 통합형 교육인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무엇인가?
▲세종의 모든 고등학교가 하나의 복합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고교 간 공동체성에 기반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교와 학생 모두가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세종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실질적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데 지향점을 둔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적성, 진학, 진로에 맞춰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구성할 수 역량을 키워주고자 한다.
올해 1학기에는 13개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단위학교의 벽을 넘어, 고교 간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함께 성장하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을 지난달 시작했다.
2017년 1학기 공동교육과정에 참여인원수는 13개 고등학교 학생 1727명(13개교 전체학생정원의 30%), 지도교사 113명, 개설강좌수는 102과목 123반이다.
내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교사의 수업 역량을 키우고 학생 개개인 맞춤형 고교 교육과정을 실현해 고교 교육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는 13개고 일반고만이 아니라 확장형으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세종국제고, 세종하이텍고 등 특목고, 특성화고 학생들도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빠르게 부는 바람과 소용돌이치는 물결처럼 마음껏 상상하고 드러내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가는 때이다.
그런데 아직 종이에 적힌 문제풀이 결과로 줄을 세우고 있는 현실을 바꾸지 못해, 교육감으로서 우리 학생과 청소년들께 미안한 마음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을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니, 학생과 청소년들도 우리 교육의 주인으로 함께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학생들에게는 시험성적에 주눅 들어, 미래가 두려워서 꿈을 접어 두는 겁쟁이가 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인생은 누군가 깔아놓은 트랙 위를 남들과 경쟁하며 달리는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정해진 길도 결승점도 없다. 자신이 가는 곳이 곧 자신의 길이고 목표이다.
책을 많이 읽고, 친구와 진지하게 토론해보길 바란다. 사회와 이웃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때로는 직접 나설 수도 있어야 한다.
사람은 꿈의 크기만큼 자란다고 한다. 큰 꿈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에 도전하길 바란다.
대담=백운석 세종본부장, 정리=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953년 11월 24일 태생으로 서울경동고를 거쳐 공주사범대 국어교육과, 목원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졸업했다. 대천여중 교사로 공직에 입문해 전교조 충남지부장, 대전충남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공동대표직을 함께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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