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필묵을 서양 미술에 적용해 문자 추상과 군상 등 현대 미술 세계를 구축한 고암 이응노 화백의 대형 회고전이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어 화제다.
세르누쉬 파리 시립동양미술관(관장 에릭 르페브르)은 20세기 서구와 극동아시아의 문화적 교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로 이응노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군중을 그리는 사람-이응노’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세르누쉬 파리시립동양미술관은 프랑스에서는 두번째, 유럽에서는 다섯번째로 동양미술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최고의 아시아 미술관으로 그 대표적인 작가가 이응노 화백이다.
또한 세르누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응노의 작품은 100여점으로 유럽내 최다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총 9개의 섹션으로, ▲전통화가에서부터 현대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파리동양미술학교 ▲서예가, 이응노 ▲대나무 화가 ▲문자추상 ▲기호에서 형태까지 ▲풍경과 전통의 쇄신 ▲조각과 장식예술 ▲군중 등 1950년대부터 1989년까지의 이응노 작품활동을 볼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는 9월 부터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현대미술센터인 ‘퐁피두 센터’에서 한국작가로는 이례적으로 이응노의 개인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이응노 화백의 회고전이 잇따라 열리는 것은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위한 정부와 민간, 그리고 미술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유일의 고암 이응노 전문 연구기관인 이응노미술관의 그동안의 연구성과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세르누시 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지난 2013년부터 MOU를 맺은 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이와 함께 일찍이 세계무대로 눈을 돌려 유럽화단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응노의 삶이 최근 들어 재조명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지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는 “그동안 이응노미술관의 관장으로 이응노를 세계미술사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렇게 빨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서 기쁘다”며 “‘4기 파리이응노레지던스’, ‘아트랩 대전’ 등 젊은 작가를 육성해 제2의 이응노를 발굴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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