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바다를 바라보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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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바다를 바라보는 교사

  • 승인 2017-06-26 10:04
  • 신문게재 2017-06-27 22면
  • 내포=유희성 기자내포=유희성 기자
▲ 신재완 보령 웅천고 교장
▲ 신재완 보령 웅천고 교장
1980년 사회 교사로 입문하여 바닷가 학교에만 있었습니다. 자연 '바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바다 수업이 즐겁기도 하였지요. 특이 사실이라도 발견되면 꼭 수업에 활용하였습니다. 도다리, 외연도, 동백꽃, 태안마애삼존불, 봉수대 등 주제 수업하기도 하였습니다. 학생들도 바다관련 수업만큼은 내용의 잘잘못을 따질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한 학생이 접어를 물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보령은 접역에 면해 있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도다리 등이 잡히는 바다에 붙은 보령인가? 접역은 예로부터 우리를 부르던 별칭이었습니다. 우리를 코리아라 하지만 때론 다양(槿域, 東夷, 朝鮮, 東國, 배달, 震檀, 靑丘, 海東 등)하게 불려왔습니다. 접역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사신으로 가 접역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하였더군요. 국왕마다 화합의 전통을 지닌 접역임을 상기하곤 하였습니다. 접어는 도다리, 넙치처럼 눈이 한쪽에 몰린 물고기를 통칭합니다. 눈이 한쪽 몰렸기에 바로 헤엄쳐 나가지 못하고 함께 갈 때만 바로 간다고 합니다. 함께 가야 바로 가니 상생 화합을 상징했나봅니다. 비목어(比目魚)인 셈입니다. 접어는 우리 연해에서 주로 잡히고 그 맛이 달고 시원하지요. 이를 부러워했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접역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또 '집나간 며느리 전어 굽는 냄새 그리워 돌아 왔네!'라는 말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그 며느리가 돌아온 사실은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우리 지역의 전어가 맛이 달고 깊은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특히 보령 바다고기가 달고 깊은 맛의 연유는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민물의 바다 유입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민물이 많이 유입되면 바닷물의 염도를 크게 낮추어 물고기에게 최적의 산란 조건을 제공하지요. 산란 준비 물고기는 체내에 지방을 축적시켜 보통의 물고기에 비해 지방질이 2배로 갑자기 늘어납니다. 삼겹살과 마블링이 잘된 소고기가 더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 서해에 몰리는 산란 준비 물고기들은 그 맛이 달고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꾸미, 꽃게, 밴댕이, 전어는 대한민국 최고 맛을 자랑합니다. 해변산악지형으로 하천의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환경에 감사하고 더욱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불가사리의 용도가 있습니다. 물고기 관련 전문적 연구 성과를 수업에 많이 활용하였습니다. 또 정약전 선생은 흑산도 유배 중 사촌서당 열고 글 가르치면서 물고기 연구에 진력하였습니다. 자산어보(玆山魚譜)지요. 거기서 오늘날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유용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불가사리에게 풍엽어라는 고운 이름 주고 그 특징을 언급하고는 용도를 언급하는 장면에 '용처미문(用處未聞)'이라 하여, 앞으로 인간이 그 쓸모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쓸모를 발견해주고 그를 키워주는 것이 교직자의 할 일이 아닌가 싶어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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