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혜리(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
얼마 전 갑자기 ‘사람은 한 평생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다가 일생을 마치는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갑자기 오밤중에 아무에게나 물어볼 수는 없는 법이라 인터넷을 검색했다. 검색도 쉽지 않았지만, 한 미국인 학자가 이야기 했다는 ‘친한 것을 기준으로 한해 12명, 평생 250명을 사귄다’는 이야기를 봤다. 믿기 어렵고, 솔라 폴이라는 학자의 ‘평생 중요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3500명’이라는 이야기가 그나마 믿을만했다.
이 학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파레토 법칙(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의 학설로 ‘상위 인구 20%가 전체 사회의 부 중에서 80%를 차지한다’는 내용으로 ‘전체의 20%의 작은 것이 나머지 80% 보다 가치를 가진다’는 내용)이 적용된다고 한다. 이것에 의하면 한사람이 평생 만나는 사람 수는 평균 1만7500명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된다.
그렇다면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산 나는 과연 몇 명이나 만났을까? 지금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학교 다닐 때 한반에 30~50명, 1년으로 따지면 100~200명, 30년 기준으로 3000~6000명 정도. 현재 내 휴대폰 전화번호에 몇 명이 입력돼있을까? 한 2000명 정도? 하루를 기준으로하면, 통화하고 만나고 대화하고 다 따져봐도 20명 될까? 아는 사람은 많아도 깊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불가에 시절인연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사람이 오고, 또 가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의미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어차피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날 수밖에 없고, 또 아무리 죽을힘을 다한다 해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절대로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애초부터 하늘에서 정해준 이치대로 흘러간다는 것일까? 만남에 있어 내 의지는 없는 것일까? 결국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연이라는 것인가?
그래서 사람은 사람인가 보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번민으로 가득 차 한없이 연약한 존재가 사람이다. 사람으로 생긴 기쁨이 상처로 바뀌고, 그 상처가 아물면서 또다시 성숙해지는 과정을 매번 경험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언제나 반가울 수는 없다.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는 안 그럴거야’ 라고 굳게 결심했는데, 어느 순간 또다시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허탈해 진다.
앞으로 더 단련되어야 한다. 지나온 세월의 경험들이 오늘의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이 너무 고맙다. 이들이 있어 다음에도 또 다가올 인연이 살짝 두렵지만, 기대가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유혜리 유혜리세종무용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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