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티 이미지 뱅크 |
“로또나 한 번 맞았으면 좋겠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정말 큰일이란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남편의 모습이 오늘따라 몹시 피곤해 보였다.
사람들은 어떨 때 로또 1등 당첨을 절실하게 바라게 되는 걸까?
실제로 매주 로또를 구입하는 성인 17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자료:리치커뮤니케이션즈) 빚독촉에 시달릴 때 39%, 생활비에 쪼들릴 때 27%, 직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 19% 등의 순이었다고 한다.
‘일주일의 행복’
로또를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이유는 희망을 갖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매주 로또를 구입하고 일주일을 희망에 부풀어서 산다는 것이다.
때마침 뉴스에서는 얼마 전 40억에 당첨된 40대 남자가 집을 구입하여 부모님을 모시려 하자 두 누나들은 자신들에게도 당첨금을 나누어 달라며 동생을 매일 협박하고, 처남네 현관문을 억지로 따고 들어와 물건을 훼손까지 한 매형은 8개월의 구형을 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생긴 횡재로 인해 집안은 풍지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예전 로또 1등에 당첨되었던 지인이 말씀하시길 “당첨된 것을 어떻게들 알고 매일 기부하라는 전화를 해대서 살 수가 없었어. 그리고 예전엔 지정 은행에서 당첨금을 타갔는데 은행 밖에서 노렸다가 쫒아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 지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니까”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첨되면 좋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에 따르는 고충도 만만치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연이어 시골에서 농사짓던 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땅값이 오른 바람에 큰돈이 생겨 한 달에 천만 원이나 월세가 나오는 큰 건물을 샀다고 한다. 거기다가 집에서 밥을 해주는 젊은 아줌마까지 고용하여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 했는데 밥해주던 아줌마가 남자친구와 동조하여 할아버지의 돈을 훔치려고 할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방송되고 있었다.
난 남편을 보며 “여봐. 로또에 당첨된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로또 1등에 당첨되어도 제대로 잘 사는 사람은 1%도 안된대”라고 하였지만 남편은 그래도 되기만 하면 좋겠단다.
갑자기 뜻하지 않게 복권에 당첨되거나 땅값이 오르거나 하는 것처럼 노력하지 않고 갑자기 재물을 얻은 것을 횡재(橫材)라고 한다.
횡재(橫材)는 가로 횡(橫)과 재물 재(材)가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다. 가로 횡(橫)은 누룰 황(黃) 옆에 나무 목(木)이 붙어 있다. 누를 황은 황토를 가리키는 말로 황토에 나무가 누워 있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가 횡(橫)자이다.
서 있는 나무는 살아 있는 나무이고 가로로 누워 있는 나무는 죽은 나무를 뜻한다. 누워 있는 나무는 건강한 나무가 아닌 병이 들었거나 속이 썩었거나 벌레가 먹은 나무를 뜻한다. 이렇게 저절로 쓰러져 있는 나무를 주워 와서 대들보나 기둥으로 써서 집을 지었더니 나중에 그 집이 무너져서 집 안에 있던 사람이 모두 죽게 되는 것을 뜻하는 글자가 횡재라는 것이다.
죽어서 자빠진 나무를 아무 힘 안들이고 얻어 재수가 좋은 일이 생겼다고 여기고 가져와서 집을 지었더니 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저절로 굴러 들어온 재목은 결코 좋은 재목일 수가 없다.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란 나무를 직접 도끼질을 하여 얻은 재목으로 기둥과 대들보를 삼아야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과일도 저절로 떨어진 것은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저절로 떨어진 과일 또한 병이 들었거나 벌레가 먹었거나 썩은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 중에 홍재(弘材)라는 말이 있다. 넓을 홍(弘)과 재물 재(材)가 합하여 만들어진 말로 노력해서 얻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노력하지 않고 거저 생긴 것을 횡재(橫材), 노력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는 걸 홍재(弘材)라고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 어느 왕이 현자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모든 백성들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비결을 적어 오도록 하시오” 라고 하자 몇 달 후 현자들이 한 구절의 말로 만들어 왕에게 바쳤더니 왕은 무릎을 치며 ”옳지, 바로 이것이야!“ 라고 기뻐했다 한다. 모든 백성들이 고루 잘살 수 있는 비결이 담긴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공짜는 없다’
옛 선인들은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했다. 노력 없이 얻은 것에는 마(魔)가 붙는다 하였고 횡재한 사람을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했다고 한다. 횡재하는 자는 땀을 흘리지 않고 남의 재물을 빼앗아 얻는 불한당과 같다는 것이다. 횡재해서 재물을 쌓는 집안은 삼대가 가기 전에 망한다 하여, 오히려 횡재를 피해 가야 바른 운이 트인다고 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약 8백만 분의 1이라고 한다. 길을 가다가 날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1/8000000 의 확률.
천재일우(千載一遇)와 같은 확률에 매달리기 보단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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