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형제(兄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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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 형제(兄弟)

[김선호의 人香萬里]

  • 승인 2017-06-23 00:01
  • 김선호 한밭대 전 인문대학장김선호 한밭대 전 인문대학장


필자는 형제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만 해도 그저 좋다. 우선 형제는 피붙이다. 한 부모의 한 핏줄이다. 부모는 사연에 따라서 갈라서면 아주 남남이지만 그 부모의 자식은 절대 갈라설 수 없는 한 핏줄이다. 촌수로는 자매와 같이 2촌이다. 형제자매는 다 같이 2촌이고 한 부모의 자녀다. 그런데 필자는 이야기의 포커스를 형제에다 맞추어 이끌어 가려 한다. 이런 데는 필자 나름의 그럴만한 까닭이 있으니 궁금증이 있어도 잠시만 참아 주었으면 한다.

필자는 사실 외아들 아닌 외아들이다. 지금은 오래전에 소천하신 엄니하고 필자하고 단 둘이었다. 그러니까 형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독자여 놀라지 마시라. 일면식도 없는 형제 자매가 몇 명이 되는지 알 수 없이 많다는 거 우습지 않나요, 또 기막히지 않나요. 사실 이름이 좋아 추사 김정희 선생 후손이지 필자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사를 소설로 펼치면 그 가치야 알 바 아니고, 저 ‘박경리 선생’의 <토지>나 ‘최명희’의 <혼불>에 버금가거나 아마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지요. 필자가 이끌어 가고자 하는 얘기의 고갱이는 이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서 더 이상 부언하지 않겠다.

어쨌든 필자는 혈혈단신인 셈이다. 이웃질경이가 오히려 피붙이 보다 낫다는 말이 괜히 잇는 말이 아닌 건 엄연한 사실이다. 사람살이에서 볼성 사나운 피붙이 끼리 으르렁 대며 지내는 꼬락서니들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하며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 그런가 하면 피붙이 이상으로 정겹게 지내는 아름다운 이웃과 사회 직장에서 맺은 선한 인연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까 몬살겠다고 하는 오늘의 이 시점에서도 그런대로 우리의 사회는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형제가 참으로 많다. 이렇게 말하니 무슨 뜬금없고 말도 아니 되는 한마디로 정신나간 소리를 하느냐고 독자께서는 힐책을 하실 것이다. 그러나 사실인 걸 어찌하겠는가. 필자는 가톨릭 신자다. 사랑이신 주님께서 맺어주신 형제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주님께서 맺어준 거룩한 인연을 어찌 마다 하겠는가. 참으로 형제가 많지 않은가. 물론 자매도 많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이니까 얘기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지만…….

그런데 독자여 필자가 정작 이 얘기에서 에쎈스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 것은 이제 부터가 된다.

사실 각기 다른 남들이 형제의 연을 맺어 지낸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애기가 아니다. 그런데 필자는 서산 마루에 이르러서 정녕 좋은 형제들을 만나 제2의 새 삶의 즐거움으로 사는 홍복을 누리는지 그저 꿈만 같은 현실의 연속이다.

형제의 으뜸 좌장 형인 ‘상’형님은 매사 부지런하고 긍정적이다. 새벽 3,4시에 일어나셔 신문 스크랩을 하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한다. 그 옛날의 재건체조 같은 운동을 주민들과 같이 하고 무슨 일이든 관여하지 않는 게 없을 정도고 뭘 그리 배움이 목마르신지 80 노구에 책걸상의 껌딱지다.

사실상 형제모임을 낳고 이끌고 있는 용띠이면서 매일 밤 3,4편의 명문을 뽑아내는 ‘용’형,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정부 최고 요직의 모 인물 요직에서 물러나고 재판을 받고 있을 때 호소력, 설득력 있는 명문으로, 같은 입장에 처해 있는 모 지사의 억울함을 명문으로 대변해 재판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저돌적이면서도 강인한 의협심. 대인관계 말하면 소리 운동장 발, 모르는 이도 5분이면 10년지기처럼 만드는 기막힌 흡인력, 인화력. 뿐인가 그저 남을 못 도와줘 안달이 난 사람. 집 안 살림 도맡다시피 하며 자신이 직접 쓴 희곡을 무대 위에 반드시 올리고야 마는 돌 직구형 만능 달란트 성님. 하나 정녕 걱정 되는 건 저러다가 쓰러지면 어쩌나 하는 내 마음의 걱정이 문제.

아! 형제 중에 시인 소설가이면서 대화나 글이 너무도 논리 정연하여 웬만한 이는 상대가 되지 않는 필자의 바로 밑의 아우 ‘완’ 아우.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좌파 이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수를 이해하고 껴안는 언행일치의 지성인 진정한 진보 글쟁이. 나는 그가 참으로 좋고 때로는 아깝다. 깨끗한 백지에다 어떤 색칠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듯이 신언서판을 두루 갖춘 아우가 때로는 이 조국의 현실과 세태를 다르게 볼 때 이 것이 이 나라 이 겨레가 짊어진 숙제이고 과제로구나 하는 것을 실감 하게 만드는 장본인 이어서다.

형제들이 이 외에 더 여러 명이 더 있지만 더 이끌어 가야 할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이 애기를 풀어 내면서 꼭 밝히고 싶은 얘기는 필자를 포함한 여러 명의 형제들이 하나같이 시인이고 소설가이고 수필가이고 희곡 작가이고 평론가인 글쟁이들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글쟁이들이라서 톡톡 튀거나 쏘는 제 고집만 내세우는 이들 같지만 우리 형제들은 이상하게도 한 번의 다툼도 없이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을 부드럽게 갈무리해 간다는 점이다. 필자가 생각해도 신묘하다고 여길 정도다. 그리고 글의 수준도 필자를 빼고서는 내로라 할 정도라 할 수 있다고 삼가 교만을 살짝.

어찌 보면 아무 상관도 없을 이들로 조합된 형제들이 실제 피붙이 형제보다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정겹고 아름다운 인연 줄이라는 사실을 고백 아닌 고백을 해봤다.

김선호 한밭대 전 인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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