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만남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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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만남과 명상

  • 승인 2017-06-23 00:01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 2005년 충북 청주에 있었던 안병욱교수 초대서예전, 맨 앞이 안병욱교수.
▲ 2005년 충북 청주에 있었던 안병욱교수 초대서예전, 맨 앞이 안병욱교수.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만남과 명상

“꽈과광~ 꽈과광~,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시작입니다. 운명이 다가와 두드리는 소리, 운명을 여는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필자가 학창시절 대전에 있는 한 대학 강당에서 있었던 강연의 시작입니다. 살아오는데 삶의 지표가 되어주신 한 분과의 운명적 첫 만남이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그러께 문화답사로 강원도 양구에 간 일이 있습니다. ‘철학인의 집’이란 아주 특별한 곳이 있더군요. ‘이해인 시 문학의 공간’과 함께 있습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로 꼽히는 김형석 교수와 안병욱 교수를 기리는 기념관입니다.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요. 특별한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기념관에서 김형석 교수가 한 달에 한 번 직접 강연을 한다더군요.

지난 해 발간된 김형석 교수 저 『백년을 살아보니』에 의하면 김태길 교수와 함께 세 분이 무척 다정한 친구 사이더군요. 모두 1920년생이지요. 두 분은 이미 돌아가시고 김형석 교수만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계십니다.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지요. 학문도 학문이지만 세분 모두 명상적, 철학적 수필이란 새로운 영역의 개척자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수많은 저서들로 읽는 이 들에게 길이 되고, 빛이 되고, 용기와 활력을 주었습니다.

안병욱 교수와 함께 ‘흥사단’이란 단체에서 활동하게 되어 수시로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항상 당신의 키만큼 책을 쓰는 것이 소망이라 했습니다. 생전에 50여권이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학문적으론 실존주의, 허무주의 등 현대철학 연구 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합니다. 저서들을 살펴보면 동양철학 연구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봅니다. 일정표가 가득 차도록 전국을 돌며 강연을 하였습니다. 인물양성을 위한 인간 교육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횟수도 최고겠지만, 명 강의는 지금도 강연의 표준이 된다 생각합니다.

서예에도 조예가 깊어 ‘이당체(怡堂體)’라 따로 불릴 만큼 특별한 서체로 수작을 많이 남겼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우리들의 사표였습니다.

대전에서도 많은 강연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항상 차고 넘쳤지요. 후배들 교육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열정은 강연회가 끝난 뒤풀이 장소나 휴식시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대전에서 있었던 마지막 강연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날도 변함없이 강연회가 끝난 뒤 숙소에서 후배들을 앉혀 놓고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최근의 화두가 친자연親自然, 무소유無所有, 덕불고德不孤라 하였습니다. 자연의 소중함, 소유의 최소화,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하여 명상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시대 최고의 소중한 가치들이지요.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인류의 장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때때로 잊고 살지만, 모든 생명체들 삶의 터전이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회적 갈등의 시작은 소유욕에서 비롯됩니다. 하나를 가지면 열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데 말이지요.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알면서, 산 위에 오르면 내려 올 줄을 모릅니다.

그런가 하면, 그저 빌려 쓰다 가는 것임을 알면서 쪽지라도 하나 남기고 싶어 합니다. 논어에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항상 이상세계를 꿈꿔 왔지요. 그 이상세계 중 하나가 배려와 존중을 통해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아름답게 사는 것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더욱 귀감이 되었던 것은 화두를 가지고 명상을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평생 철학을 하고도 변함없이 질문을 던지고, 자기 성찰을 한다는 것,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만난다는 것이 마음에 다가왔답니다. 물론 위대한 철학도 성찰과 명상에서 나왔겠지요. 본받아서 늘 명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요. 뒤돌아보니 마음뿐이고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다행스럽게 하는 일들이 창작활동이다 보니 조금은 성찰의 시간을 가진 것 같습니다.

명상은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풍요를 줍니다. 정신 건강을 지키는 일이지요. 순수한 내면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떠돌던 글귀들을 꿰매어 정리하는 것이 시라면, 흩어진 마음들을 정리하고 진일보 시키는 것이 명상입니다. 마음과 생각을 지우거나 비우는 명상도 있습니다. 화두를 가지고 하는 집중 명상도 있습니다. 특정 단어를 읊조리며 하는 초월 명상도 있습니다. 방법도 각양각색이지만 시작 단계는 비슷하더군요. 심호흡, 음악 감상 등을 통해 심신을 안정(Relax 상태)시킨 후 명상에 들어갑니다.

하루에 하나이상 세상에 질문을 던져 볼까 합니다. 매일 한 번 이상 자신을 돌아보려 합니다. 명상을 통해 통찰의 시간, 자각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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