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시대] 4차산업혁명, 대안은 도서관 정책의 큰 그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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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시대] 4차산업혁명, 대안은 도서관 정책의 큰 그림부터

  • 승인 2017-06-21 15:23
  • 신문게재 2017-06-22 22면
  • 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
▲ 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
▲ 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
오년쯤 된 일이다. 대전의 한 도서관 자료실은 천장이 높고 책상에 스탠드가 놓여 있어 책읽기에 분위기가 쏠쏠했고 그 중에도 1인석은 인기가 높았다. 어느 날 작심하고 개관시간에 맞춰 줄을 서고 있던 중, 문이 열리자 내 뒤에 서있던 2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이 기습적으로 나를 앞질러 가장 인기가 높은 로얄석(?)을 차지한다. 일순간 불쾌함보다 책을 탐독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생각돼 흐뭇했는데, 잠시 후 흘깃 보니 고시 전념생임을 알고는 씁쓸함이 엄습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엔 어린 아이가 책을 고르고 있는 엄마에게 무슨 책이냐고 계속 말을 건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 대열에 동참하던 중 문득 좀 전의 상황들이 겹치면서 의문이 들었다. ‘자료실의 책상을 온종일 차지하고 혼자 고시 공부를 하는 것과 책을 매개로 엄마와 대화하는 것, 과연 어느 쪽이 더 잘못일까?’ 여전히 해결 못한 이 의문은 마침 최근 대전시 공공도서관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서 몇 가지 소망으로 이어진다.

도서관은 비교적 적은 비용을 투자해 지방정부의 성과를 확실히 오랫동안 각인할 수 있어 많은 지자체에서 크게 관심을 보이는 대상이다. 대전의 공립도서관이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동안 다른 도시들은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다. 본래의 뜻이 오도된 채 칸막이 독서실 기능을 수행하는 ‘열람실’은 여전히 민원의 소지가 있음에도 과감히 줄이고, 단순한 도서 대출 공간을 넘어 북카페처럼 우아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아카이빙과 뮤지엄이 결합된 라이브러리를 의미하는 ‘라키비움’을 꾀하는가 하면, 광역단위에서 도서관별 특화를 과감히 추진한다. 이러한 노력의 열매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이다.

예산이나 현실을 탓하기에 앞서 별도의 도서관 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해 운용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내외 우수 사례를 배우고 대전 지역의 현실을 면밀히 조사하여 중장기적인 도서관 종합 계획을 마련하여야 한다. ‘책나라 군포’를 표방하며 ‘책읽는사업본부’라는 전담조직을 신설하여 운영중인 군포시, 도서관 특화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개발공사와의 장기간 협의를 통해 공립도서관이라 믿기지 않는 세련됨을 자랑하는 ‘광교홍제도서관’을 얻어낸 수원시 등 국내에서도 배워야 할 사례가 많다.

얼마 전 과감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 최고의 공립도서관으로 탈바꿈한 ‘에비나 도서관’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자유롭고 시끄러운 도서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도서관의 시끄러움은 이미 ‘이스라엘식 도서관’이라 불리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도서관이 커뮤니티 장소로서 커다란 잠재력을 지닌다는 통찰에 기인한다. 이미 오십여 년 전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책을 매개로 ‘독서 공중’이 형성되는 공론장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도서관에서 흔히 접하는 격언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라는 빌게이츠의 말은, 이제 그와 같은 혁신 인재가 나오기 위해 도서관이 필수조건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특별시’는 책으로 모여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논하는 커뮤니티형 도서관이 대전 곳곳에 얼마나 자라는가에 달려있다.

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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