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또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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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또 방학?

  • 승인 2017-06-21 11:31
  • 신문게재 2017-06-22 22면
  • 박노권 목원대 총장박노권 목원대 총장
▲ 박노권 목원대 총장
▲ 박노권 목원대 총장
또 방학이다. 아마 많은 학부모들께서도 그렇게 말할 것 같다. 매일 학교 다니는 것만이 무언가 정해진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방학, 그것도 아주 긴 방학 동안에 늦잠이나 자며 빈둥거리는 자녀 때문에 넌덜머리를 낸 경험이 있는 학부모는 그 방학이 또 돌아온 것이 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다니는 것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방학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

흔히 공부를 일과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머리로 하는 것이라서, 몸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서… 등등의 이유로 공부는 거의 노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공부는 매우 강도 높은 일 중의 하나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뿐만 아니라 사이사이에 퀴즈에다가 리포트, 또 무슨 과제 같은 것을 하다 보면 학교 다니는 일은 말 그대로 일이다. 그것도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일이다. TV를 보면서 잠든 경험이 있는 어른들은 그것보다 훨씬 더 졸린 교수의 강의를 하루 종일 듣는 것이 얼마나 고역스런 일인지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공부만 하고 놀 줄 모르는(All work and no play) 아이는 둔재가 된다’는 영어 속담에서도 공부에 해당하는 말은 일을 뜻하는 ‘work’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 않은가. 공부는 일일뿐만 아니라 아주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나쁘기도 하거니와 사람을 정신적으로도 아주 피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걸 해소하는 것은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는 인간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학생을 사람 되게 하려면, 수시로 놀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도 맺게 할 필요가 있는데, 거기에 필요한 것이 방학이다. 죽어라 공부해도 취직이 될까 말까 한 세상에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놀이는 인간이 20만년에 걸쳐, 아니, 영장류 기간을 포함하면 800만년, 포유류의 진화과정까지 포함하면 2억년 동안 적자생존의 긴 터널을 통과하여 오늘날의 인간으로 살아남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요인 중의 하나다. 놀이가 없었으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 다르지 않은: 동물에게서 인간성 찾기』란 책에서 보면 인간에게 놀이가 왜 필요한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인 네이던 렌츠는 이 책에서 현대의 기업문화가 놀이와 재미를 너무 억압했음을 지적하면서, 아마도 오늘날의 놀라운 의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만성질병이 그리 줄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 거라고 말한다. 학부모님의 입장에서 보면 노는 것은 시간의 낭비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렌츠에 따르면 놀이는 인간의 유전자에 이미 내장되어 있는(hardwired),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다. 동물이 놀이를 통해서 몸을 민첩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실제의 스트레스에 더 잘 적응하는 훈련을 하고, 무리 내의 갈등과 공격성을 해소하는 것도 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처럼, 동물과 ‘다르지만 별반 다를 게 없는’ 인간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렌츠가 소개하고 있는 놀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놀이의 좋은 점은 대체로 일곱 가지로 요약된다. 놀이를 통해서 타인의 기쁨이 저절로 내게로 전이된다. 신체의 조화와 행동의 정확성과 공간지각능력이 향상되어 위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놀이를 통해서 가상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해주며, 사회적 구조와 규칙을 이해하게 해주며, 상상을 통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시각적으로 지각함으로써 인지발달에 도움이 되며, 이야기를 동반함으로써 언어발달에 도움을 주며, 가상세계의 놀이를 통해서 탐색한 세계의 한계와 규칙 등을 실제에 적용함으로써 문제해결능력을 제공한다. 이것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성인들에게도 해당되는데, 성인들도 게임이나 팀 스포츠에 참여함으로써 공격성 감소, 신뢰감과 유대감 증가, 신체와 사물을 다루는 능력 향상 등으로,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이 높아진다.

최근 어느 대학에서 교수에게 꾸중들은 학생이 교수를 상대로 사제폭탄공격을 한 사건이 있었다. 공부는 스트레스이고, 스트레스는 공격성을 증가시킨다. 둘이 골프는 몰라도 등산이라도 한번 갔더라면 안 일어났을 일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박노권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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