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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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대전에는 원래 고향이 대전인 사람이 전체의 1/4, 영남에서 온 사람이 1/4, 호남에서 온 사람이 1/4, 그리고 이북에서 온 사람이 1/4이 되어 크게(大) 밭 전(田)자를 4등분하여 인구구성을 해석하기도 하였다. 1990년 후반 연구단지와 정부대전청사가 준공되면서 인구구성은 바뀌었고 원래 고향이 대전인 사람의 비율이 조금은 낮아 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주민들의 많은 자식들이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그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도 대전에서 태어나 갑천과 대전천, 그리고 보문산과 동학사를 주름잡으면서 대전 사람으로서의 정체성과 긍지와 애향심을 가지고 있다. 다른 지역 누구보다도 한화 야구팀을 응원한다.
지역의식은 지역주의로 발현되며 지역배타주의와 지역애향주의로 나타난다. 지역의식이 지역배타주의로 나타나면 나쁘게 보인다. 자기지역을 스스로 방어하기 위하여 옆 지역에 배타성을 가지게 된다. 즉 자기지역을 높게 보려고 하니 다른 지역을 부정적으로 낮게 보게 된다. 그러나 지역애향주의로 나타나면 지역발전에 기여하게 되고 장학금을 기탁하는 것과 같은 긍정적이며 발전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선거 때 만 되면 대전·충청으로 뭉치자고 온 통 난리 법석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를 치르면 영남이나 호남처럼 지역성을 가지고 뭉쳐지지를 않는다. 대전에 함께 살면서 여전히 호·불호(好·不好)가 다르고 의견이 다양하며 대전이라는 하나의 지역주의로 뭉치지를 않는다. 그것이 대전의 단점이지만 큰 장점일 수 있다.
대전이 다른 지역과 많이 다른 것은 관용성과 포용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구 구성이 다양하고 그로 인해 쉽게 하나로 뭉쳐지지는 않지만 이주민을 배척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회자되며 4차 산업혁명의 주류계급이 될 ‘창조계급(Creative Class)’은 인구구성이 다양하고 관용성이 큰 지역으로 옮겨 다닌다. 첨단산업보다 경쟁력이 훨씬 높은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이 창조계급을 따라가고 창조산업이 꽃을 피우는 도시를 ‘창조도시(Creative City)’라고 정의한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중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 힐이라고 불리는 텍사스의 오스틴은 최저의 실업률을 자랑하면서 창조도시 1,2위를 다툰다. 두 도시 모두 인구구성이 다양하고 관용성이 큰 환경을 가지고 있다. 대전과 가장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사람들이 직장 따라 주거를 옮길 때 지역배타주의에 겁먹지 않고 기회의 땅으로 쉽게 옮겨가는 곳이 대부분 창조도시이다. 그런 점에서 대전은 우리나라에서 1,2위의 창조도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오스틴에는 이민자와 직장을 따라 온 외지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들 모두 샌프란시스코 사람으로, 오스틴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면서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대전에 살고 있는 나는 대전 사람인가? 현재의 대전 사람들이 앞으로 새롭게 이주해 올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전을 내 고향과 내 고장으로 생각하면서 살던 사람, 현재 대전을 내 고장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새롭게 대전에 정착해 올 사람들을 모두 아울러 우리는 대전 사람으로 정의하여야 할 것이다.
요컨대 ‘대전사람’이라고 하면 관용과 포용의 특성을 가지면서 대전을 내 고장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나와 내 자식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의 땅으로 생각하는 소속감과 정체성과 애향심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강병수 충남대 교수(대전학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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