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주 수왕초등학교 교사 |
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경남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는 매주 시험을 쳤고 교장실 벽면의 학급평균점수 그래프가 교사평가의 잣대였다. 글짓기, 웅변, 음악경연, 육상 등 온갖 대회가 중요했다. 학교는 아이들보다 교장의 시책이 우선이었고, 오랫동안 나는 그런 관료제와 관행 앞에서 무기력했다.
수왕초는 내 교직생활에 커다란 분기점이 되었다. 2014년 9월 어느 날, 들과 산에 둘러싸여 있어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되는 작은 학교의 “폐교를 막아보자”고 교장, 교감, 교사 4명이 마음을 모았다. 학교의 여건과 환경을 알리는데 힘쓰며 전입학 희망자를 모집했다. 도시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은 학부모의 문의가 이어졌고 전입학을 신청해왔다. 이 아이들 중에는 기존학교에서 부적응을 겪은 아이도 있었다.
2015년 3월에 학생수가 50명으로 늘어나 복식 3학급이 아닌 정식 6학급 승인을 받게 되었고, 새로 부임하게 된 교사 4명과 함께 힘찬 출발을 했다. 새로운 학교 만들기 준비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선생님들은 깊은 교육적 열정과 힘을 지닌 분들이었다.
교육청에서 끊임없이 요구한 '도농공동학구 지정과 학급정원 12명' 규정이 2015년 11월 공표됨에 따라 수왕초는 입학생 선정 기준과 방법, 새로운 학교의 프로그램, 교실부족, 통학버스 문제를 한걸음씩 해결했다. 2016년도 3월,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그 동안의 준비 과정, 추구하는 비전과 학교상, 학교 운영 방안을 담은 혁신학교 계획서를 통해 다섯 번째 세종 혁신학교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우리는 먼저 가능한 일, 잘못된 것을 고치는 일부터 했다. 작은 학교 교육의 특성을 살려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즐거운 학교, 아이들의 삶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교사와 학부모와 아이들이 다함께 참여하고 협력했다. 먼저 경쟁과 선발 위주의 시상 제도 등 낡은 틀을 바꾸었다. 민주적인 협의가 살아있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했다. 아이들의 하루 일정도 교과 성격에 맞게 블록수업, 30분의 중간놀이 시간으로 틀을 바꾸었다. 아이들은 중간놀이, 점심시간 오후 시간을 이용해 운동장이나 놀이터, 학교 뒷산, 텃밭 등에서 마음껏 논다. 학교 뒷산에서 산책하고, 큰 나무에 밧줄과 그네를 매서 놀이를 즐기고, 나무벤치, 뒤뜰 평상에서 쉬기도 한다.
수왕초를 거듭나게 한 것은 교사들의 자발성이다. 교장, 교감 선생님은 그 자발성을 든든히 받쳐 주신다. 지시와 통제가 아니라 권한을 내려놓고 한 구성원으로 함께한다.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켜봄으로서 서로 믿는 관계를 만들고 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직 생활을 시작한지 30년 만에 다시 성장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다 함께 만드는 학교, 교사를 다시 가슴 뛰게 만드는 학교, 수왕초등학교는 '참 좋은 학교'다.
김은주 수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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