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대흥동 대전도시공사 사옥 |
도안 5ㆍ9블록과 갑천 3블록에 이어 1ㆍ2블록까지 독식하려다 제동
돈 되는 곳만 사업... 건설업계, “공기업답게 서민주거에 충실해야"
대전시의 최대 현안사업이던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터미널) 조성사업 무산으로 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사장 박남일)의 ‘돈벌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터미널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갑천친수구역 1ㆍ2블록 아파트 사업을 차지하기 위해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설립 취지에 맞게 공익보다 ‘사(社)익’을 중심에 둔 경영방향을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될 정도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이 무산된 결정적 이유는 보상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도시공사는 2014년 롯데컨소시엄(롯데건설, 현대증권, 계룡건설)을 터미널 조성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공사와 롯데 측이 사업협약을 규정된 시한을 열흘이나 체결하면서 당시 후순위 협상대상자였던 (주)지산디앤씨가 사업협약 체결 무효소송을 제기했었다. 공모지침 상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 끝에 도시공사가 승소했지만, 법적 다툼이 계속된 3년여 동안 사업 예정지의 땅값이 급등하면서 보상비가 200여억원 이상 늘어났다. 공사와 롯데 측이 최종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공사는 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여론이 일자, 소송과 무관하게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거짓으로 들통났다.
이 사업을 계기로 학하와 노은, 봉명ㆍ장대지구를 비롯해 유성구 일대의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희망이 물거품 된 셈이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페이스북에서,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시민을 기만한 도시공사, 진작에 알고도 대처에 안이했던 대전시, 참 걱정”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터미널 사업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때, 도시공사의 관심은 도안 갑천친수구역 조성사업에 있었다.
이 사업은 대규모 호수공원과 함께 인근에 5000세대가 넘는 주택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 중에서도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1∼3블록이 최대 관심사였다.
도시공사는 세대수가 가장 많은 3블록(1788세대)을 직접 시행했다. 도안신도시 5ㆍ9블록처럼 당연히 공사가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을’의 입장인 민간에선 불만이 있었지만, 1ㆍ2블록이 있었기에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공사가 1ㆍ2블록까지 직접 시행하는 공영개발 방식을 고수하자 민간에서 들고일어났다.
민간건설사 관계자는 “도안 5ㆍ9블록과 갑천 3블록까지, 이 일대에서 5000세대에 육박하는 물량을 독식했음에도 욕심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센 비판에도 공사는 공영개발과 분리발주 등을 내세우며 특정 정치인과 업계를 끌어들이는 등 ‘끈질기게’ 노력했다.
그러나 터미널 사업과 함께 ‘과한’ 욕심은 무산됐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공사가 23년간 돈을 잘 벌어 흑자경영을 했다고 자랑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만큼, 서민주거복지에 소홀했다는 얘기”라며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서민을 위한 사업에 신경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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