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호 ETRI 성과홍보실장 |
지난달 말 포털을 뜨겁게 달군 기사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 무선충전이 가능한 컵을 개발한 것이다. 전기를 무선으로 옮기는 셈이다. 직경 10cm 내 컵에 그냥 툭 던져두면, 충전이 되는 것이다. 한밤에 스마트폰을 충전하려면 전원을 연결할 때 불편하고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서로 규격이 맞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이젠 카페와 같은 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저절로 충전이 된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포털 게시판도 뜨거웠다. 좀 크게 만들어서 여러 대를 넣을 수 있게 해 달라, 충전기 케이블이 너무 자주 고장 났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다니 반갑다, 운전 중에 컵홀더에 넣어 두면 충전이 되니 좋을 것 같다, 빨리 상용화해 달라, 정말 혁명적이다, 전자파는 문제없나?, 외국에 기술유출이 안 되게 조심해 달라, 충전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 등 순식간에 댓글이 5백여 개가 달리고 좋아요도 1천여 개나 눌렀다. 댓글은 주로 악플이라 생각했는데 선플이 오히려 훨씬 더 많아 놀랐다. 또한, 오늘의 주요뉴스 IT 코너 에선 당일 1위를 랭크 했다.
ETRI는 지난 2015년 말 1m 내서 무선으로 전기자전거를 충전하는 원천기술 개발을 한 바 있다. 자기 공명 방식을 이용해 개발한 공간 무선 충전기술이었다. 약 1년 반 만에 드디어 세계에서 처음으로 무선충전기의 효율을 6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상용화 수준은 70%라서 할 일도 많다. 연구진은 무선 충전컵을 이컵(E-Cup)이라고 명명했다. E컵은 일종의 전력을 송신하는 송신기인 셈이다. 스마트폰엔 수신기를 부착했다.
본 기술은 기존 무선충전방식인 자기유도방식(2차원 패드)이 아니라 방향이나 위치, 정렬에 무관하게 충전의 효율성이 있는 자기공명방식이다. 기존 자기유도의 경우 충전효율은 50% 미만이었다. 또한 전력송신기와 수신기가 서로 마주 보고 있어야 해서 정확한 수신기 위치에 밀착을 시켜야 충전이 되는 불편함이 따랐다. 연구진이 개발한 E컵은 3차원 공간 내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공간 자체가 무선충전을 할 수 있는 충전지대라는 의미다. 특히 자동차 내 컵홀더와 같은 곳에 툭 던져만 두면 그냥 충전이 된다. 따라서 향후 상용화 시 자동차에 유용할 전망이다. 흔들리는 자동차 내에서 스마트폰이 움직이거나 360도 뒤집혀도 위치와 방향, 모두 관계없이 제어가 가능해 최적 효율의 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전송거리가 현재는 컵의 내 공간, 즉 10cm 내외지만 향후엔 거실과 같은 생활공간인 5m x 5m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카페나 집 거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스르륵’ 무선충전이 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의 핵심은 3차원 공간 내에 자기장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명, ‘균일장’을 만들어 컵 안의 공간 내에 있는 스마트폰이 위치나 방향과 관계없이 일정한 효율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전달이 되어 충전되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은 두 대를 넣어도 충전된다. 향후 거실 공간크기로 무선충전이 될 경우, 전자파를 일부 걱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E컵 내 무선충전을 위한 주파수는 140KHz인 저주파수라서 인체 영향 관점에서 큰 문제가 없지만, 공간이 커지고, 보다 높은 전력을 전송할 경우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자기공명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자기 유도형 무선충전기가 갖는 전송거리와 자유도 제한 문제를 극복함으로써 무선충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ETRI는 본 기술이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성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이 결국 배터리 문제가 컸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