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없는 사회 넘어 현금 없는 사회로

  • 경제/과학
  • 금융/증권

동전 없는 사회 넘어 현금 없는 사회로

  • 승인 2017-06-18 11:54
  • 신문게재 2017-06-19 1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 실시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현금과 동전 적립카드로 동전 적립 시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 실시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현금과 동전 적립카드로 동전 적립 시연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현금 없는 사회 세계적 흐름…사회적 비용 줄이고, 부작용 막아

한은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 시행…제도 정착은 시간 필요해 보여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먹을 때,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필요한 물건을 살 때처럼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이 현금보다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갈수록 현금 결제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현금이 사라지는 사회가 올 것이다. 이미 북유럽에서는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 할 수 있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을 나섰다.

▲갈 길 먼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 한국은행은 지난 4월20일부터 동전 사용을 최소화해 동전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동전 없는 사회’시범사업을 시행했다.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은 잔돈을 모아 은행에 가면 지폐로 바꿔주거나 전국 편의점에서 잔돈이 발생하면 동전 대신 교통카드나 신용카드에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한은은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동전 사용률이 떨어지고 집에 보관하는 동전이 많아지면서 동전 제조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동전 없는 사회사업을 통해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동전 제조비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면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편의도 높아진다. 하지만, 정착되기까지 상당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1∼10일 ‘동전 없는 사회’의 시범사업으로 교통카드 등에 잔돈을 적립한 건수는 하루 평균 3만6617건으로 집계됐다. 매장당 하루 평균 이용실적은 1.6건 정도다.



유통업체별로 사용할 수 있는 적립 수단이 모두 다르다 보니 번거롭다. 한은은 앞으로 은행 통합 계좌 적립 방법으로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 밝혔지만, 은행권 통합 플랫폼 시스템 구축이나 플랫폼 수수료 문제 등이 남아있어 쉽지 않다.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나 교육 부족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은은 소비자 인식 부족의 원인을 업체 쪽에서 찾았다. 시범사업자 자체적으로 직원 교육이나 매장 내 홍보 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현장영업자들의 활용이 익숙해지면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확대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업체들은 사용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영업직원들이 이 제도를 익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전 없는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금 이외의 결제수단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저소득층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고령자나 어린이 등 모두가 사용하는 결제 수단을 활용하면 된다”며 “동전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사용량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전 없는 사회 넘어 현금 없는 사회로= 동전 없는 사회 다음은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지폐발행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현금의 익명성에 따른 자금세탁과 탈세, 불법거래 등 사회적인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다. 신용카드나 핀테크를 활용한 다양한 결제수단이 발달한 상황에서 현금거래가 필요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동전 없는 사회’를 넘어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주요국의 지급수단 이용현황과 시사점’을 살펴보면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의 주요국에서는 현금 거래 가능한도를 법령으로 정해 한도를 초과하는 현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 등은 정부 주도의 협의체와 비현금 결제기술 연구기관을 설립해 현금 없는 사회의 실행 방안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5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500유로권 발행을 2018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인도 모디 총리는 지난해 11월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 발행과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도 고액권 화폐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액권이 사라지면 화폐 보유에 어려움을 겪게 돼 예금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해외의 움직임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해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거래가 전자화돼 기록되면 개인정보 관리나 전산 오류 등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금이나 동전을 대체할 전자 지급 시스템 관리와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IT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한 기술적 기반이 우수하다”면서 “앞으로 동전 없는 사회가 잘 정착된다면 현금 없는 사회로 논의가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3.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