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곡,테뫼복합식 산성인 건지산성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의 저자 조영연 씨와 함께 국내의 산성을 돌아보고, 산성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본다. 조영연씨가 산성을 찾아다닌지 어언 20년,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생생한 산성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코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된다.<편집자 주>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제1회 한국에는 왜 산성들이 많은가
두보는 그의 시 春望에서 國破山下在 城春草木深(나라가 파망하고 성안에 초목만 무성하도다)라고 읊었다. 그렇게 나라와 성의 관계를 표현했다.
성에는 그 나라와 민족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높지 않은 산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교통로들이 발달돼 있으며 그 교통로 주변 산들에 성들은 축조한다.
고대 서양이나 외국의 성들이 경우 영주나 번주들의 주거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저택성이나 요새 그리고 평지성들이 많은데 반해 한국에는 산성이 주종을 이룬다. 유사시에 지형지물인 산에 의지하여 지역민들을 모두 산속으로 끌어들여 적들로부터 방어를 했기에 자연스레 산성들이 많아진 것이다.
▲ 테뫼식 산성인 견훤산성 전경 |
우리 조상들은 고작 해야 이삼백 미터 정도의 높이에 유사시 오르고 내리기 쉬운 산정상 혹은 골짜기 자연지세를 활용하여 성을 쌓았다. 평지성보다 재료 획득이나 축조 노력이 덜 들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그 형태가 들쭉날쭉하다.
산지에서 얻기 쉬운 돌(조금씩 인공을 가미하기도 함)을 수습하여 이용하며 석성을 쌓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여의치 못한 곳에서는 흙을 사용해서 토성들을 조성했다. 집 지을 때처럼 바닥을 다지고 석성은 그 위에 자연 속의 막돌이나 돌을 약간씩 가공하여 쌓는다.
올라갈수록 약간씩 들여쌓기를 한다. 방어력에 강점이 있는 중국성처럼 수직쌓기에 비해 산비탈에서 견고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점이 있다. 토성은 산의 언덕을 깎거나(삭토) 양 편에 거푸집처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흙을 차곡차곡 쌓고(판축) 다짐으로써 성벽을 조성한다. 집울타리처럼 나무를 활용하여 방어시설화하기도 한다. 목책성으로 대개 토성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 포곡식 산성인 고구려 환도성 내부 |
토축과 목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됐음이 송국리 유적에서도 입증된다. 이 둘은 겸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들의 원형은 집의 돌담, 토담, 나무울타리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진천의 농다리, 논산의 원목다리, 김제의 벽골제(저수지) 등에서 축성과 닮은 점들이 많다.
성(城)의 토박이말 은 ‘잣’인 바, ‘고개’의 이름에도 ‘잣 혹은 재’ 가 붙는 것은 대부분의 산성이 교통로상의 고개 근처에 위치하기 때문에 두루 사용된 결과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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