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유비쿼터스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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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유비쿼터스와 만남

  • 승인 2017-06-16 00:03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유비쿼터스와 만남

새로운 문화가 태동 되어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산업도 마찬가지지요. 새로운 분야가 시작 되어 안정 되려면 일정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현대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급변하는 시대지요. 안정이 아니라 적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세계화의 물결이 거셉니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들이 넘나들지요. 개념도 모르는데 지나쳐 가는 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보화시대를 삽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시대라고도 하지요.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란 뜻의 라틴어에서 온 말이라 합니다. 1988년 미국 제록스 팰러앨토연구소(PARC)의 마크 와이저(Mark Weiser)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처음 등장한 말이지요.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사람뿐만 아니라 제반 사물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NT(Nano Technology), BT(Bio Technology) 등이 거대융합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총체적 변혁이 진행 중입니다. 나아가 인공지능, 인터넷, 빅 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차세대 산업을 4차 산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삽입 되지요. 쌍방향 의사소통을 합니다. 서로 다른 물리공간에 전자공간을 연결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하나로 통합되고 함께 진화하는 4차 공간 혁명입니다. 필자가 알기로 대부분의 관련 기술들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용화 단계, 진화단계가 진행 중입니다.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언제(Anytime) 어디서(Anywhere) 누구나(Anybody) 어떤 네트워크(Any-network)에 어떤 기기(Any-device)로 어떤 서비스(Any-service)에 접속 하느냐 입니다. 이제 연결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우리는 이미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떠나면 곤란을 겪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너나없이 틈만 나면, 애지중지 그를 붙들고 안달입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보다, 먼 나라, 멀리 낯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불확실한 정보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비방, 욕설이 난무하는 등 아직은 소통예절이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 정보공유 등 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무한정 확장할 수 있습니다. 세대, 성별, 지역, 국가 간 장벽을 허물어 줍니다. 차이를 좁혀 줍니다.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시켜 줍니다.

어려워 할 필요 없습니다. 접속, 연결, 통신소통이란 새로운 틀의 만남입니다. 우리는 삶이 만남의 연속이란 것을 잘 압니다. 만남을 통하여 성장합니다.

사람은 세 가지 만남에 의해 배움을 얻습니다. 사람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그것입니다. 앞의 두 가지도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없으면 의미 없는 만남이 됩니다.

논어에 세 사람이 같이 가다보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착한 것은 골라서 따르고, 나쁜 것은 고쳐서 배우라(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基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하였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는 사람을 만나 배우고, 책을 통해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을 만나 왔습니다. 각종 매스 미디어(mass media)로 만나기도 했지요. 이제 유비쿼터스를 통해 자유롭고 폭넓게 세상을 만납니다.

누구나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시는 자연으로 부터의 받아쓰기란 말도 있지요. 자연 속에 진리가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싣달다』를 보면, 도를 얻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강구하다, 결국엔 강에게 묻고 듣는 것으로 도를 얻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수한 풍요와 함께 지혜를 줍니다.

  아무리 많은 만남이 있어도 자신과의 만남이 없으면, 진정한 만남이 되지 못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는 바람이지요. 자기 자신과의 만남을 명상이라고도 합니다. 위대한 철학자, 성인들은 수많은 명상의 시간을 가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명상은 논리적 사고입니다. 사유를 통해 진지하게 자신과 만나는 일입니다.

유비쿼터스, 문득문득 낯설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거기에 무궁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의미 있는 만남이 되도록 궁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보다 적극적으로 아름다운 만남의 방법을 찾는 것이 오늘을 사는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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