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모어/펭귄클래식코리아/2008-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고 스스로도 막연히 ‘유토피아’ 라는 말을 종종 사용했지만 정확한 의미도 선뜻 말할 수 없었다.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이 책 또한 읽기가 두려웠지만 과연 유토피아는 어떤 의미이고 이 책에서 말하는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유토피아는 1516년 <최선의 국가 형태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씌어졌다. u+topia 의 뜻은 ‘no-place but good-place’ 즉, ‘이 세상에 없지만,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대화 형식으로 이뤄져있는데, 유토피아라는 섬에 대해 토머스 모어에게 소개해주고 있는 인물인 라파엘 히슬로데아우스라는 이름은 헤브루어와 그리스어의 조합으로 ‘헛소리하는 사람’을 뜻한다. 책은 국왕, 형벌, 사유재산 제도 등 당시 영국(유럽)사회에 대해 비판한 1부와, 이상적인 사회인 유토피아에 대해 묘사한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현재의 왕국을 잘 다스리는 것보다 전쟁술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영토를 넓히는 데 급급한 국왕, 그리고 왕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아첨쟁이들(고문관)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나라에 사는 백성들이 가난하고 굶주려 도둑질을 하게 되는데, 그에 따른 형벌은 살인과 같은 무거운 죄를 지은 자들과 마찬가지로 교수형인 것을 비판하며, 토머스 모어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교수형 대신 노동형을 줄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사유재산을 폐지하지 않는 한, 결코 공평한 재산 분배나 인간 생활의 참된 행복을 실현할 수 없다고 하며, 공동 소유 제도를 제안한다. 이 부분은 2부에서 더욱 자세하게 주장되고 있다.
2부에서는 라파엘이 5년 동안 살고 돌아온 ‘유토피아’라는 섬을 소개한다. 유토피아의 경제활동, 공무원 제도, 노예, 전쟁과 군대, 결혼, 종교 등 사회 전반에 대해 설명하며 그곳의 훌륭한 제도를 찬양하고 있다. 유토피아 인들은 소박하고 목가적인 삶을 살고 있고, 모두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 굶어죽는 이 없으며, 정해진 노동 시간이 끝나면 여가 시간에는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듣거나 학문에 정진한다. 전쟁을 싫어하고 사치를 멀리하며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책을 읽고 ‘스머프’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1958년 벨기에 작가에 의해 창조 돼, 1981년 미국에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해 방영된 스머프는 숲 속 깊은 곳의 버섯 집에서 모여 사는 파란 난쟁이들 이야기다.
파파 스머프라는 지도자의 지휘 아래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재산은 공동 소유이고 각자의 재능에 따라 직업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로 묘사되는 가가멜이라는 연금술사가 스머프를 잡으러 오지만 모두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낸다. 허영이, 게으름뱅이 등의 개성있는 캐릭터를 제외하고 나면 스머프 마을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적 세계를 완벽히 재연해낸 것 같다.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 일하고 즐거워하며 모든 재산을 공동 소유하는 스머프들을 보면, 유토피아 세계가 제대로 실현만 된다면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과 불평등을 해결하는 꿈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완벽하게 아름답고 완벽하게 행복한 낙원을 만들어 놓고, 그 나라에 이름 붙이기를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니…. 완벽하게 모순이다. 토머스 모어가 살던 15세기 말~16세기의 영국은 산업혁명 직전의 시기로 실업자가 많았고, 왕족과 성직자의 기득권 유지와 부유한 자본가의 착취로 가난한 민중들은 고달픈 노역을 피할 수 없었으므로 힘겨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당시 대법관까지 지냈던 토머스 모어는 그러한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하고 싶은 마음에서 유토피아라는 섬을 이상향으로 그린 것이 아닐까?
영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모두가 잘 사는 행복한 나라를 꿈꿨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생각하며,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과연 어떤 곳일까 고민해본다.
김혜진 가양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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